리스회사의 압박수단, 횡령죄 고소
수사부서에 근무하다 보면 캐피탈사가 리스차량 이용자를 고소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대개, 리스차량 이용자가 리스료 납부를 연체한 상태에서 차량의 반환마저 거부하는 경우, 캐피탈사가 내용증명 발송 등의 절차를 거친 후 형사 고소를 진행합니다(반환을 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에게 차량을 양도하거나 차량을 은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캐피탈사는 아무래도 회사이다 보니 보유하고 있는 전문 인력들을 활용하여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두고 고소를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유형의 사건은 (고의의 입증이 곤란한 경우도 있으나)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리스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이면 무혐의 가능성 있어
그런데 법원이 2020년 12월 이러한 유형의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하급심 판결례가 나왔습니다.
(관련 기사 링크:
https://www.yna.co.kr/view/AKR20201214121800065)
위 판결례의 판결서 내용을 살펴보면, 법원은 우선 피고인이 리스계약을 체결하면서 리스보증금 62,127,000원을 지급하였고, 피고인이 2019. 9.경 리스료 납부를 1회 지체하자 피해자인 리스회사는 같은 달 20. 피고인에게 차량의 반환을 요구한 사실을 인정한 후, 피해자인 리스회사에 리스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발생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리스회사가 피고인에게 리스계약의 해지 및 차량 반환을 요구한 것이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 “위 피고인의 차량 반환의무와 위 리스회사의 리스보증금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피고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계약해지 정산서가 피고인에게 송달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소장에도 위 서류들이 반송되었다고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차량에 대한 점유는 동시이행의 항변권에 기한 것이어서 불법점유라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이 6,000만 원 이상의 보증금을 납부한 상황에서 리스회사에게 단 1회의 리스료 납부 지체한 것이 곧바로 리스계약 해지권 발생의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계약해지 정산서가 피고인에게 송달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증거도 없다는 다소 특별한 사정을 고려하여, 위 피고인에게 동시이행의 항변권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리스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도 위 판결례와 동일 또는 유사한 사정이 있을 경우 이를 활용하여 무혐의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위 판결례의 의미가 작지 않게 느껴질 것입니다.
결론
캐피탈사의 입장에서는 회사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리스료를 연체하고 차량도 반납하지 않는 리스 이용자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리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보증금을 예치해둔 채 성실히 리스료를 납부하며 리스차량을 이용해 오던 중 일시적으로 자금을 융통할 수 없어 리스료를 납부하지 못한 것에 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면, 단 1회의 리스료 미납 및 생계를 위한 차량의 계속 사용 때문에 형사처벌의 위험을 느껴야 하는 것이 다소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아마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도 이러한 점에서 캐피탈사의 법적 조치로서의 고소가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판결은 리스이용자가 억울하게 처벌 받는 사례를 최소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