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면허를 범위를 넘어서서 본인을 치료하는 것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할까

의사의 자기치료 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사가 면허의 범위를 넘어서서 제3자인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 이외에 스스로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것이 과연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가 주된 쟁점입니다. 무면허 의료행위의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자격정지 처분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에 더욱 심각합니다. 

의료법 규정의 해석 (의사의 자기치료가 의료법 위반인지)

의료법은 의료행위를 “의료인이 하는 의료ㆍ조산ㆍ간호 등 의료기술의 시행”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의료법 제12조). 그러나 의료법상의 의료행위를 정의하고 있는 ‘의료기술의 시행’이라는 표현 역시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위 정의 규정만으로는 본인 스스로를 치료하는 행위가 과연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의료행위가 무엇인지 여부를 해석한 후 본인 스스로를 치료하는 행위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인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본다면 적어도 본인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한 행위가 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1) 대법원은 과거 “의료법 제25조의 규정은 면허 없는 자의 의료업무를 금지하기 위한 것임이 그 규정자체로서 분명하다 할 것이니 의사가 아니면 의료업무를 하지 못한다 라는 취지이고 업무가 아닌 의료행위까지를 금지하는 규정이라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자기의 질병에 대한 자기 자신의 치료행위는 의료업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의료법 제25조에 의하여 금지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이와 견해를 달리하여 자기 신체에 대한 의료행위도 의료법 제25조에 의하여 금지되는 것이라는 비약적 상고논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대법원 1970. 5. 12. 선고 70도702 판결)라고 하여 본인 스스로를 치료하는 행위가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이 있을 당시 시행되던 의료법은 각각의 면허 범위에 부합하는 의료 업무만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으로서 현행 의료법의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행 의료법 해석에 있어서도 위 대법원의 판결 취지를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의료법은 의료행위가 제3자를 대상으로 하는 행위라는 점을 전제로 여러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즉 (i) 의료법은 위험한 결과가 수반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나 환자의 법정대리인에게 해당 사항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거나(의료법 제24조의2), (ii)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을 구분함에 있어 외래환자 또는 입원환자와 같이 제3자인 환자를 전제로 한다거나(의료법 제3조 제2항), (iii)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그 신분을 알 수 있도록 명찰을 달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의료법 제4조 제5항). 이와 같은 의료법의 여러 규정은 의료행위란 의사(또는 치과의사)가 제3자인 환자를 상대로 하는 행위라는 점을 기본적인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3)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의료행위가 의료법에서 말하는 의료행위라고 한다면 일반인들이 본인 스스로의 몸에 이상이 있는 경우 이를 진단하고 응급처치를 하는 것 역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습니다. 

(4) 명확성의 원칙은 법치국가원리의 한 표현으로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하여야 한다는 헌법상의 원칙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08. 10. 23.자 2008초기264 결정). 만에 하나 의료법 상의 의료행위가 무엇인지 여부에 대해서 명확하게 해석할 수 없다면 적어도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의료법을 해석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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