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이 중요합니다
건설 중대재해는 물론 여러 산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2022. 1. 27.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또는 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뿐만 아니라 기존에 산업 현장의 안전을 규율하던 산업안전보건법 역시 점차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근로자나 종사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자 하는 정책이 연속되고 있습니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고 이로 인하여 소중한 인명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그러나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처벌 규정만을 강화함으로써 자칫 억울한 범법자가 양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안전사고에 따른 형사적인 책임의 대상은 광범위하고 또한 처벌 수위 역시 상당히 강한 측면이 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형사적 책임의 범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어떻게 준비를 하였는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 어떻게 대응을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유무죄는 물론 형량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성공사례 –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에 대한 무죄 판결 도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안전보건관리체계란
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을 위한 조치 사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 제4조)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입니다.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을 위한 조치 중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은 다시 9가지의 구체적인 조치 사항으로 세분화할 수 있습니다. (시행령 제4조)
(1) 경영목표와 방침 설정, (2) (일정 규모 이상 회사의 경우) 전담 조직 구성, (3)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 절차 정립, (4)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적정 예산 편성, (5)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법정 인력 배치 (6)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법정 인력의 적정 근무 여건 조성, (7)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 마련, (8)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거나 발생이 임박한 경우에 대한 메뉴얼 마련, (9) 제3자에게 업무를 도급하거나 위탁하는 절차 마련 및 점검이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 참조)
다만 법이나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보건 관리체계 확립 방안이 다소 추상적이고 일반적이기에 과연 구체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추후 선례가 축적되면서 안전보건관리체계 이행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어떠한 조치를 위하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나 대검찰청에서 발간한 법에 관한 해설 자료, 발생 사고에 대한 수사 동향을 참고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료 출처 : 고용노동부 발간 중대재해처벌법 해설 중대산업재해 (2021. 11.)]
안전보건관리체계 수립 방안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안전 및 보건 조치 의무를 다하였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특정 조치를 이행하였다는 점 이외에 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습니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였다고 평가받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법이나 시행령에서 요구하는 각 조치를 형식적으로 이행하였다는 점에 더하여 각 조치가 사고를 방지하기에 충분한 정도였다는 점까지 확인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그렇다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확립하였다고 평가받기 위하여 사고 발생 이전에 어떠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요?
먼저 사내 절차나 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이나 시행령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 조치 사항들은 개별 현장에서의 안전 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절차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예산이나 위험성 평가, 협력업체 선정, 종사자 의견 청취 등 법과 시행령에서 요구하는 절차를 사전에 구비하여 두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 위험성을 평가하고 발견된 위험에 적절히 대처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수립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에 관한 감독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절차나 시스템만을 수립하여 두고 그러한 절차나 시스템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오히려 더 큰 책임을 추궁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차 수립 뿐만 아니라 절차가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실제 종사자의 안전 의식을 제고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직, 예산적인 지원도 필요합니다. 안전 의식을 제고하기 위하여 경영방침을 천명하고 여러 법정 교육을 성실하게 이행하여야 합니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안전에 관한 충분한 예산과 인력의 확보가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립의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