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비밀누설죄? 공무상비밀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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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상비밀누설죄? 공무상비밀이 뭐죠?

변호사

목차

언론보도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공무상비밀누설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이 확산되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될 무렵,
우리나라에서는 관계 공무원이 코로나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외부에 유출하였다는 언론보도를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를 살펴보면, 당시 다수 공무원들이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만 기소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까지 함께 기소된 경우도 있지만)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기소되어 공무원 신분을 상실할 위험에 처하였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하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영장전담부장판사가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을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제공하여 공무상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 것일까요

공무상비밀누설죄란 과연 어떤 행위를 하였을 때 성립하는 범죄일까요?

죄명만 보았을 때는 공무상 알게 된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기만 하면 성립되는 범죄일 것 같은데, 실제 우리 법원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까요?
아래에서 상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우선, 형법 제127조에 따르면,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위 규정에서 알 수 있듯이,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주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고, 그 객체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의 비밀”이며, 행위태양은 “누설”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안에서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인지 여부는 명백하기 때문에 다툼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누설”이란 “비밀사항을 이를 모르는 제3자에게 알리는 것”을 의미하고(즉,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누설이 아닙니다), “누설”에 해당하는지를 다투는 경우도 많지는 않습니다.

 

결국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성립 여부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누설한 정보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의 비밀”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의 성립요건에 대하여 비교적 자세히 설시하고 있습니다.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또는 인위적으로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또는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는 것이나,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본죄는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 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하여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것이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1도1343 판결 등 다수).

즉, 대법원은 공무원 등이 누설한 정보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정보의 누설이 국가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법원은 어떠한 경우에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성립을 인정했을까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법원이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성립 여부를 상당히 엄격하게 판단한 경우가 존재합니다.

일례로, 법원은 시청소속 공무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일명 ‘메르스’) 감염 의심자 6명의 성명, 성별, 연령, 검사결과, 주소, 직업, 추정감염경로, 요양기관명 등이 적시되어 있는 현황보고 사진파일을 타인에게 전송하여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공소제기된 사안에서, “해당 사진파일이 형법 제127조에서 정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7. 9. 7. 선고 2016노7485 판결(검사의 상고포기로 그대로 확정됨)].

앞서 언급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관련된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공무상비밀누설죄는 공무상 비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비밀을 전달받은 공무원(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직무집행과 무관하게 제3자에게 누설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가기능에 위험이 발생하리라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비밀누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법원은 최근 코로나 확진자의 정보를 누설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비록 선고유예를 선고한 사안이 많기는 하지만) 다수의 사안에서 코로나 확진자 및 접촉자의 개인정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우선, 시청 공무원이 보건소가 작성한 코로나 확진자 발생 관련 문건을 유출한 사안에서 확진자 및 접촉자의 개인정보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공무원이 부하 공무원으로 하여금 관할 기업 직원들에게 코로나 확진자 및 접촉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업무보고서를 배포하게 한 사안, 시청 공무원이 접촉자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업무보고서 촬영 파일을 제3자에게 전송한 사안 등에서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법원은 지역의 도시개발정보를 금품을 받고 넘긴 모 지자체 공무원, 친구의 부탁을 받고 제3자의 수배 정보를 친구에게 알려준 경찰공무원 등에 대하여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성립을 인정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법원은 기본적으로 해당 사건에서 누설된 정보의 가치를 면밀히 검토하여, 그 정보가 외부에 알려졌을 때 국가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지 여부에 따라 범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공무상 비밀이라고 생각하는 도시개발정보, 수배 정보를 누설한 경우에는 대부분의 경우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공무원 등이 직무상 알게 된 것으로서 객관적·일반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이 국가에 상당한 이익이 되는 사항을, 이를 모르던 사람에게 알려 주었다면, 대부분의 경우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되는 것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공무원 등이 누설한 정보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정보의 누설이 국가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확립된 법리이므로, 누설된 정보의 실질적인 가치, 누설의 경위, 해당 정보의 공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정보의 누설이 국가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지 않는 것임을 소명하여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인이 공무원인데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뜻하지 않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을 경우 그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게 된 전후 사정과 정보의 가치 및 공개 가능성을 소명할 수 있는 진술과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여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