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는데 동승자가 자기가 운전했다고 나서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 운전자 본인은 어떻게 될까요. 스스로 도망치는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인데, 남을 내세워 자기 대신 조사받게 하는 것은 방어권을 넘어선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2026년 6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승자가 먼저 제안했더라도 실제 운전자가 좌석을 바꾸고 허위 진술을 보태는 등 가짜 운전자의 범인도피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면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관 다섯 분의 반대의견도 함께 나왔습니다. 어디까지가 방어이고 어디부터 처벌인지 정리해 드립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는데 동승자가 자기가 운전했다고 나서는 일이 있습니다. 이때 운전자 본인은 어떻게 될까요. 스스로 도망치는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인데, 남을 내세워 자기 대신 조사받게 하는 것은 방어권을 넘어선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2026년 6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동승자가 먼저 제안했더라도 실제 운전자가 좌석을 바꾸고 허위 진술을 보태는 등 가짜 운전자의 범인도피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면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관 다섯 분의 반대의견도 함께 나왔습니다. 어디까지가 방어이고 어디부터 처벌인지 정리해 드립니다.
범인도피죄는 어떤 죄인가요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이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죄를 위험범으로 봅니다. 즉 수사나 재판이 실제로 방해되는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위험이 생기면 성립합니다. 행위의 방법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범인이 아닌 사람이 수사기관에 스스로 범인이라고 나서서 허위사실을 진술해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준 행위는 이 죄에 해당합니다.
내가 도망치는 것은 왜 처벌하지 않나요
조문을 보면 답이 나옵니다. 제151조 제1항은 남을 도피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지, 스스로 도피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그래서 범인 자신이 도망치거나 수사기관에서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것은 그 자체가 범인도피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방법에 따라 다른 죄가 문제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여기에 한계를 두어 왔습니다. 자신을 위하여 남에게 허위로 자백하게 만든 경우에는 방어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아 범인도피교사죄가 된다고 판단해 왔습니다.
2026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다룬 문제
이번에 다투어진 것은 한 단계 더 들어간 문제였습니다. 내가 시킨 것이 아니라 상대가 먼저 하겠다고 나섰고 나는 거기에 응했을 뿐이라면, 그래도 처벌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시킨 것은 교사이고 도운 것은 방조인데, 방조까지 처벌해야 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 0.097퍼센트 상태로 운전하다 앞차를 들이받았는데, 조수석에 타고 있던 친구가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해 주겠다고 먼저 말했습니다. 운전자는 이에 동의해 뒷좌석으로 옮겼고, 친구는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옮겨 탔습니다. 친구는 운전석 문으로, 운전자는 조수석 뒷문으로 내려 친구가 운전한 것 같은 겉모습을 만들었습니다. 이어서 운전자는 보험회사에 전화해 친구가 운전했다고 말했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친구가 자기가 운전했다며 음주측정에 응했습니다.
실제 운전자가 누구인지는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사고 경위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회사 직원이 두 사람을 추궁하고 수사기관에 신고하면서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촉진하거나 용이하게 했다면
대법원 다수의견은 기존 법리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대법원 2026. 6. 18. 선고 2025도11170 전원합의체 판결).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자기 대신 처벌받을 가짜 범인을 수사기관에 내세우는 행위는, 진범의 존재가 감추어지고 수사력이 엉뚱한 곳에 집중되어 수사 방향 자체가 왜곡됩니다. 그래서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이는 도피에 필요한 돈이나 장소를 얻어 스스로 몸을 숨기는 통상적인 도피와는 구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못박았습니다. 가짜 범인을 내세우는 행위는 가담 형태가 교사이든 방조이든 진범의 체포와 발견을 방해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같은 범주에 속하므로, 교사인지 방조인지에 따라 처벌 여부를 달리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들었습니다. 누가 먼저 마음먹었는지는 두 사람의 진술에 의존해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기억이 부정확하거나 일부러 거짓으로 말하면 가담 형태가 얼마든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방조를 처벌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시킨 사람이 도운 것처럼 꾸며 쉽게 빠져나갈 수 있고, 결국 가벌성이 더 높은 교사까지 처벌하지 못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섯 분의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대법관 다섯 분은 이 법리를 변경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요지는 이렇습니다.
교사와 방조는 본질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교사는 아무런 범죄 결의가 없던 사람을 끌어들여 새로운 범죄자를 만들어 내는 데에 고유한 불법이 있는데, 방조에는 그런 요소가 없습니다. 이미 마음먹은 사람의 행위를 도운 것에 불과하고, 궁박한 처지의 범인이 자기를 도우려 나서는 사람을 거절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것입니다.
체계상의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범인이 상대와 공모해 함께 실행하면 공동정범이 되어 처벌되지 않는데, 그보다 가벼운 방조에 그치면 오히려 처벌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다수의견이 판례입니다. 현재의 기준은 가짜 범인을 내세우는 범행을 촉진하거나 강화하거나 용이하게 한 방조는 방어권 남용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의 기준을 흔드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면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도피인가요
대법원은 통상적인 도피의 범주에 속해 처벌되지 않는 예들도 밝혀 왔습니다. 지인에게 차로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 달라고 요구하거나 이른바 대포폰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 행위, 은신처를 제공받거나 옮기는 데 도움을 요청한 행위, 수사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한 행위는 도피행위의 범주에 속해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 공범 가운데 한 사람이 자기 범행에 관하여 수사기관에서 허위로 진술하거나 허위 자료를 낸 것은 자신의 방어권 행사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것이 결과적으로 다른 공범을 도피하게 하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스스로 숨거나 말하지 않는 것, 통상적 도피에 필요한 도움을 요청한 것만으로 곧바로 방어권 남용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나 대신 조사받을 사람을 세우고 그 허위 진술을 촉진하거나 용이하게 하는 것은 선을 넘습니다.
이런 사건에서 무엇을 살펴야 할까요
첫째, 앞선 범죄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지입니다. 이 죄는 그 전제 위에서만 성립합니다.
둘째, 친족이나 동거 가족인지입니다. 제151조 제2항에 따라 본인을 위하여 이 죄를 범한 친족과 동거의 가족은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는 대신 나선 사람에 관한 조항이라는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셋째,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입니다. 자리를 바꿔 앉았는지, 겉모습을 만들었는지, 보험사나 경찰에 무엇이라고 말했는지가 그대로 판단자료가 됩니다. 위 사건에서도 자리 이동과 하차 방법, 보험사 통화 내용이 하나하나 근거로 쓰였습니다.
넷째, 언제 바로잡았는지입니다. 사실이 드러난 경위와 시점은 범행 후의 정황으로서 형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이런 사건을 앞선 범죄와 도피 행위를 나누어 놓고 함께 검토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제가 시킨 것이 아니라 친구가 먼저 하겠다고 했습니다›
먼저 제안했는지만으로 갈리지는 않습니다. 기준은 단순히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허위 자백이나 진술을 촉진하거나 강화하거나 용이하게 했는지입니다. 위 사건에서는 좌석을 바꾸고 허위 외관을 만든 다음 보험회사에 친구가 운전했다고 말한 행위가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가짜 범인을 내세우는 행위는 가담 형태가 교사이든 방조이든 같은 범주에 속하므로 그에 따라 처벌 여부를 달리할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6. 6. 18. 선고 2025도11170 전원합의체 판결).
Q제가 도망치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남을 도피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어서,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그 자체가 범인도피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방법에 따라 다른 죄가 문제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나 대신 조사받을 사람을 내세우는 것은 방어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아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Q가족이 대신 자백해 준 경우에도 처벌되나요?›
형법 제151조 제2항은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이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대신 나선 가족에 관한 조항이므로, 그것으로 본인의 앞선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Q친구에게 차로 데려다 달라고 한 것도 죄가 되나요?›
대법원은 지인에게 차로 원하는 곳까지 이동시켜 달라고 요구하거나 이른바 대포폰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 행위는 형사사법 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 도피의 한 유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범인도피교사죄로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나중에 사실대로 밝히면 없던 일이 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죄는 수사가 실제로 방해되는 결과가 나와야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위험이 생기면 성립하는 위험범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성립한 것이 사후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언제 어떤 경위로 바로잡았는지는 범행 후의 정황으로서 형을 정할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범인도피 사건을 앞선 범죄와 도피 행위를 나누어 놓고, 실제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와 어떤 경위로 바로잡혔는지까지 함께 살펴 검토해 드립니다. 사건 결과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번호 1555-5112 /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207, 10층(KJ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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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 형법 제151조 (국가법령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