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이라고 하면 흔히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몸에 손을 대지 않았으니 폭행이 아니라고 여기거나, 반대로 상대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준 것만으로 폭행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폭행은 때리는 것만을 뜻하지도 않고, 사람을 놀라게 한 모든 행위가 곧 폭행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폭행죄 처벌이 성립하는 경계는 생각보다 촘촘합니다.
어디까지가 폭행이고 어디부터가 아닌지, 특수폭행·존속폭행처럼 형이 무거워지는 유형은 무엇인지, 그리고 합의가 어떤 사건에서 결정적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아래에서는 폭행죄의 성립요건부터 가중 유형, 폭행치상, 반의사불벌과 합의, 공동폭행까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폭행은 때리는 것만이 아니다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합니다. 여기서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를 말하는데, 대법원은 이 유형력이 반드시 신체에 직접 닿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대법원 2023도5440). 밀치는 행위나 바로 앞에서 물건을 던지거나 휘두르는 행위처럼, 신체에 접촉하지 않더라도 신체를 향한 위협적인 유형력이라면 폭행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손도 안 댔는데 무슨 폭행이냐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실무에서는 접촉 없이도 폭행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고, 그 판단은 행위의 구체적 태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처럼 폭행의 개념이 넓다는 점이 폭행죄 처벌을 이해하는 출발점입니다.
그렇다고 겁만 준 것이 다 폭행은 아니다
그렇다고 상대를 놀라게 하거나 겁을 준 모든 행위가 폭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폭행죄가 보호하는 것은 신체의 완전성이지 심리적 불안감 자체가 아니라고 보아, 신체에 접촉하지 않은 유형력이 폭행에 해당하는지는 그 행위가 신체를 향한 것인지, 얼마나 근접했는지, 목적과 태양이 어떠했는지를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실제로 책상을 뒤집었지만 상대방 쪽이 막혀 있어 신체에 대한 위험이 없었던 사안에서, 단지 상대를 놀라게 했다는 것만으로는 폭행이나 폭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 원심을 파기환송하기도 했습니다(대법원 2023도5440).
결국 비접촉 행위가 폭행인지 아닌지는 상대가 놀랐는가가 아니라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위험이 있었는가로 갈립니다. 이 지점이 억울하게 폭행으로 몰린 사건에서 중요한 방어 포인트가 됩니다.
특수폭행·존속폭행은 형이 크게 무거워진다
같은 폭행이라도 흉기나 여러 사람이 개입하면 처벌 층위가 달라집니다. 형법 제261조 특수폭행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한 경우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흉기나 도구를 들었거나 여럿이 위세를 보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위험한 물건인지는 흉기처럼 처음부터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물건만이 아니라, 그 물건을 사용한 방법과 정황에 비추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서 일상적인 물건이라도 사용 태양에 따라 특수폭행의 위험한 물건으로 평가될 수 있어, 이 부분은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집니다.
또 제260조 제2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존속폭행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정합니다. 단순폭행의 법정형이 2년 이하인 것과 비교하면, 위험한 물건이나 다중, 존속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는 순간 형의 상한이 크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사건 초기에 자신의 행위가 어떤 유형으로 의율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치게 하면 폭행치상으로 뛴다
폭행이 상해라는 결과로 이어지면 처벌은 다시 한 단계 올라갑니다. 형법 제262조는 폭행이나 특수폭행으로 사람을 상해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상해죄·중상해죄·상해치사죄의 예에 따라 처벌하도록 정합니다. 이른바 폭행치상·폭행치사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시작한 다툼이라도 상대가 다치는 결과가 발생하면 단순폭행이 아니라 상해죄에 준하는 무게로 다뤄집니다. 특히 상해의 정도나 진단서의 신빙성, 폭행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사건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실무에서는 경미한 찰과상이나 통증만으로 상해가 인정되는지, 기왕증이나 다른 원인이 개입한 것은 아닌지가 폭행치상의 성립을 가르는 쟁점이 되곤 합니다. 결과가 무거워질수록 초기 대응의 중요성도 커지는 셈입니다.
폭행죄 처벌에서 합의가 중요한 이유 — 다만 예외가 있다
폭행 사건에서 합의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260조 제3항은 단순폭행과 존속폭행에 대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합니다. 그래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해 처벌불원 의사를 받으면 사건이 종결될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특수폭행이나 폭행치상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고, 합의는 양형에 참작될 뿐입니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폭행한 경우 폭력행위처벌법의 공동폭행이 문제 되는데, 대법원은 공동폭행이 같은 장소·같은 기회에 서로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용해 폭행한 경우라야 성립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23도6355). 공모만 있었을 뿐 현장에 없었거나, 곁에서 지켜보거나 촬영만 한 경우는 공동폭행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폭행죄 처벌에 대응할 때는 자신의 사안이 어떤 유형인지, 합의로 종결될 수 있는 사건인지 아닌지를 먼저 가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립요건이 다투어지는 폭행·협박의 기준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는 관련 판례 해설에서 확인할 수 있고, 폭행을 포함한 형사사건 전반의 대응은 형사사건 변호사 상담에서 함께 다룹니다. 협박죄의 성립과 처벌은 이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특수상해의 성립과 처벌은 이 글에서 함께 정리했습니다. 인용한 조문의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형법 전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