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압수당했는데 변호인 없이 포렌식을 했다면 — 그 증거,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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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을 압수당했는데 변호인 없이 포렌식을 했다면 — 그 증거, 쓸 수 있을까

변호사
목차

핵심 요지

디지털 증거는 무엇이 나왔는지만큼 어떤 절차로 확보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선별하는 탐색·복제·출력 과정에는 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의 참여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압수한 전자정보의 상세목록도 교부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그에 기초한 2차적 증거까지 원칙적으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수사기관에 넘겨준 뒤, 그 안에서 나온 자료가 디지털포렌식을 거쳐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많은 분이 “이미 가져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그런데 디지털 증거는 무엇이 나왔는지만큼이나 어떤 절차로 확보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절차를 지키지 않고 얻은 전자정보는 법정에서 증거로 쓰지 못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 참여권 - 압수수색의 범위

압수수색은 기기를 넘겨준 순간 끝나지 않습니다

많은 분이 압수수색을 ‘물건을 가져가는 절차’로 이해하십니다. 그러나 전자정보의 압수는 기기를 확보한 시점에 끝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혐의 관련 전자정보의 선별이 완료되지 않은 채 저장매체나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겨 탐색하고, 필요한 정보를 복제·출력하는 경우에는 그 선별 과정까지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일환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에서, 현장에서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선별하기 어려워 저장매체나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긴 뒤 그곳에서 전자정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경우 그 과정도 전체적으로 하나의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의 일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기기를 넘겨준 것으로 절차가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정보저장매체가 임의제출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기기를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안의 모든 전자정보가 제한 없이 압수된 것은 아니며, 제출자의 의사와 제출 범위, 혐의사실과의 관련성 및 이후 선별 과정에서의 절차 보장 여부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디지털포렌식 참여권 - 참여권

디지털포렌식 참여권 — 피압수자와 변호인에게 각각 인정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는 압수수색에 관하여 제121조를 준용하고 있습니다. 제121조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형사소송법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 참여권이 문제 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선별하기 위한 탐색·복제·출력 과정이 계속되는 동안에는 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무관한 정보의 임의적인 복제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대법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은 수사기관이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만을 복제·출력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압수자 측에 참여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관련 있는 자료만 가져갔으니 괜찮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입니다.

변호인의 참여권은 피압수자의 권리에 딸린 부수적 권리가 아닙니다.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도10729 판결은 변호인의 참여권을 피압수자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변호인에게 인정된 고유권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압수자 본인이 참여했더라도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 참여권 - 관련성

관련성 — 영장에 적힌 혐의를 벗어난 정보는 압수 대상이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은 법원이 필요한 때에는 피고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관련성 요건은 전자정보에서 특히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휴대폰 하나에는 혐의와 무관한 사생활 정보가 방대하게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영장 기재 혐의와 관련 없는 별개 범죄의 전자정보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더 이상의 탐색을 중단하고, 그 정보의 압수가 필요하다면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무관한 정보를 계속 탐색하거나 기존 영장만으로 압수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관련성 판단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사안마다 다릅니다. 이 쟁점만 따로 다룬 글로 디지털 성범죄 압수수색의 ‘관련성’을 다룬 대법원 2023도11395 판결 해설을 함께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디지털포렌식 참여권 - 상세목록 교부

상세목록 교부 — 권리행사의 출발점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가 준용하는 제129조는 압수를 한 때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소지자·보관자 기타 이에 준하는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전자정보의 경우 탐색·복제·출력이 끝난 뒤 실제로 압수한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지체 없이 교부하여야 합니다.

상세목록은 형식적인 서류가 아닙니다. 무엇이 압수되었는지 알아야 그 압수가 관련성을 벗어났는지 다툴 수 있고, 준항고 등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목록이 없으면 다툴 대상 자체를 특정할 수 없게 됩니다.

대법원 2018. 2. 8. 선고 2017도13263 판결은 전자정보 압수목록에는 압수한 정보의 파일 명세가 특정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교부 방식은 출력한 서면에 한정되지 않고 전자파일을 복사해 주거나 전자우편으로 전송하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피압수자가 어떤 전자정보가 압수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목록 교부는 절차의 마무리가 아니라 피압수자의 방어권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디지털포렌식 참여권 - 위법수집증거 배제

절차를 어기면 그 증거와 뒤따르는 증거까지 배제될 수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제의 범위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 그 자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여 수집한 증거뿐 아니라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도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같은 판결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는지를 중심으로 관련된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법리가 실제로 결론을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울산지방법원 2022. 1. 27. 선고 2019고단4457 판결(공갈·증거은닉)에서는 전자정보 압수 과정에서 피압수자에게 참여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고 전자정보 상세목록도 교부되지 않은 점이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해당 전자정보와 출력물 및 이를 기초로 수집된 진술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고,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 판결은 항소심인 울산지방법원 2023. 1. 12. 선고 2022노141 판결에서 검사의 항소가 기각되어 유지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판단입니다. 절차 위반이 있었다고 하여 언제나 증거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고, 위반의 내용과 정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포렌식 참여권 - 사전통지 예외

사전통지의 예외와 참여권 자체는 구별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122조 단서는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미리 통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제219조에 따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됩니다. 여기서 ‘급속을 요하는 때’란 미리 통지하면 증거를 은닉하거나 훼손하여 압수수색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말합니다.

다만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는 것과 참여권 자체를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은 구별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긴급하게 저장매체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더라도, 이를 수사기관 사무실로 옮겨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선별하는 후속 과정에서는 별도로 참여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참여권 침해 여부는 사전통지 생략의 필요성뿐 아니라,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실제로 선별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는지, 참여권 포기 의사가 명확했는지, 절차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어떠한지를 종합하여 판단됩니다.

디지털포렌식 참여권 - 초기 대응

초기 대응에서 확인해 두어야 할 것들

디지털포렌식으로 확보된 증거의 적법성은 저장매체를 확보한 때부터 전자정보의 탐색·선별·복제와 목록 교부가 끝날 때까지 어떤 절차가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그런데 그 과정의 사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인하기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직후에 몇 가지를 정리해 두시는 것이 이후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참여 기회에 관한 고지를 받았는지, 탐색과 복제가 언제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는지, 압수된 전자정보의 상세목록을 받았는지를 확인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임의제출의 경우에는 제출 경위와 당시 설명받은 내용도 함께 정리해 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압수 절차의 적법성 검토와 전자정보 분석을 함께 살피는 포렌식 분석 체계를 활용하여 사건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절차 위반이 확인된다고 하여 언제나 증거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며 사안별 판단이 필요하므로, 압수수색이 있었다면 가급적 이른 시점에 기록을 정리하고 검토를 받아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휴대폰을 임의제출하면 포렌식 과정에는 참여할 수 없나요
임의제출의 경우에도 제출자 등 실질적 피압수자는 이후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선별하는 탐색·복제·출력 과정에서 참여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누가 참여권자인지와 임의제출의 구체적 범위는 제출 경위 및 저장매체의 소유·관리 관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선임된 변호인에게 알리지 않고 진행한 포렌식 결과도 증거가 되나요
이미 변호인이 선임되거나 선정되어 있는데도 별도의 통지와 참여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절차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변호인의 참여권을 피압수자의 보호를 위하여 변호인에게 주어진 고유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통지 누락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위반의 내용과 정도 및 형사사법 정의에 반하는 예외적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Q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파일이 나오면 그것도 처벌 근거가 되나요
원칙적으로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인정되는 정보에 한하여 압수할 수 있습니다.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정보를 탐색하고 압수하는 것은 영장주의에 어긋날 수 있어 증거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Q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근거로 받은 진술도 배제되나요
원칙적으로 2차적 증거도 증거능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절차 위반의 내용과 정도, 인과관계가 희석되었는지 등을 종합하여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Q압수물 상세목록을 받지 못했는데 문제가 되나요
형사소송법은 압수 후 목록을 작성하여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고, 법원은 전자정보 상세목록 미교부를 절차 위반으로 보아 증거능력을 다툰 사례가 있습니다. 목록이 없으면 무엇이 압수되었는지 특정할 수 없어 다투기 어려워지므로 교부 여부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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