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강제추행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어도, 상대방의 신체에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기습적으로 추행하였다면 성립할 수 있습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폭행·협박의 기준을 명확히 하였고, 친족·장애인·13세 미만 아동 등에 대해서는 형이 무겁게 가중됩니다.
신체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강하게 붙잡거나 위협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립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강제추행이 갈리는 지점은 접촉의 세기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 있었는지에 있습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기준을 정리하면서 판단의 축이 한층 분명해졌습니다.
강제추행 성립의 기본 구조 — 폭행·협박과 추행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 자체는 짧지만, 실제 사건에서는 ‘폭행·협박’과 ‘추행’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집니다.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형법 제298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 ‘추행’은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보호하려는 것은 피해자의 성적 자유, 즉 성적 자기결정권입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어떤 의도였는지만이 아니라, 그 행위가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질의 것이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강제추행은 크게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폭행이나 협박이 추행에 앞서 이루어지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폭행행위 그 자체가 곧 추행에 해당하는 유형입니다. 뒤쪽은 흔히 기습추행이라고 부르는데, 최근에 생겨난 개념이 아니라 원래부터 강제추행의 한 유형으로 다뤄져 왔습니다.
2023년 전원합의체 — 폭행·협박의 기준
대법원은 2023년 9월 21일 선고한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아니한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종전에는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필요하다고 본 판례(대법원 2011도8805 등)가 있었습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기준을 변경하였습니다. 피해자가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를 따지는 방식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한다는 조문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됩니다.
구체적인 판단에서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행위의 태양과 내용,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황, 당사자 사이의 관계, 그 행위가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결국 ‘얼마나 세게 했는가’가 아니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었는가’가 판단의 축이 됩니다.
기습추행 — 갑자기 만진 경우
기습추행은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갑자기 신체를 만지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에는 폭행이나 협박이 추행보다 먼저 따로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폭행행위 그 자체가 추행에 해당한다면 강제추행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갑자기 껴안거나 신체 부위를 만지는 행위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피해자가 저항할 틈이 없었으니 폭행이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저항할 틈이 없었다는 사정은 오히려 기습적인 유형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세게 붙잡지 않았다’, ‘한순간이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성립이 부정되지도 않습니다. 접촉 시간이나 강도보다는 그 접촉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것이었는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질의 것이었는지를 봅니다. 다만 개별 사건에서는 접촉의 경위와 당사자 관계가 함께 평가되므로 사안마다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이 무거워지는 경우 — 친족·장애인·13세 미만
같은 추행이라도 피해자와의 관계나 피해자의 특성에 따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적용되어 법정형이 크게 높아집니다.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친족에는 4촌 이내의 혈족과 인척, 동거하는 친족은 물론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도 포함됩니다.
장애인에 대한 강제추행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제추행은 5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형법 제298조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것과 비교하면, 가중유형은 하한이 설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릅니다. 어떤 조문이 적용되는지에 따라 양형의 출발점 자체가 달라지므로, 적용 법조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거침입 후 강제추행 — 바뀐 부분
종전에는 주거에 침입하여 강제추행을 하면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이 적용되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되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3년 2월 23일 2021헌가9 등 결정으로 그 부분을 위헌으로 판단하였고, 해당 부분은 소급하여 효력을 잃었습니다.
대법원도 2023년 4월 13일 선고한 2023도162 판결에서 이를 확인하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따라서 현재는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의 해당 부분을 적용할 수 없고, 사안에 따라 형법상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죄가 각각 문제 됩니다.
이 대목은 조문만 읽어서는 알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법령집에 문언이 남아 있더라도 위헌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부분은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떤 법조가 적용되는지는 위헌결정 이후의 상황까지 확인해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거나 피해를 입었다면
혐의를 받는 입장에서는 신체 접촉의 경위와 동의 여부, 그리고 고의가 주된 쟁점이 됩니다. 수사 초기의 진술이 이후 절차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억이 분명하지 않은 부분을 단정적으로 진술하기보다는 확인된 사실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련 자료의 보전도 이 단계에서 함께 검토됩니다.
피해를 입은 입장에서는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형사절차에서는 신뢰관계인 동석, 진술조력인 참여와 같은 보호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형사처벌과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유형으로는 불법촬영과 유포협박이 함께 문제 되는 경우나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강제추행 사건은 접촉의 경위와 동의 여부, 고의가 함께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실관계 정리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어느 쪽 입장이든 사건 초기에 무엇을 확인하고 무엇을 다툴지 방향을 잡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형사팀은 성범죄 사건의 초기 대응과 절차 진행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