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 상해죄가 폭행죄와 갈리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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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 상해죄가 폭행죄와 갈리는 지점

변호사
목차

핵심 요지

상해죄는 사람의 신체를 상해하여 성립하며 7년 이하의 징역 등으로 처벌됩니다. 폭행죄와 달리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고, 상처의 정도와 고의, 흉기 사용 여부에 따라 특수상해·중상해·상해치사로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맞았는데 합의를 했으니 이제 끝났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건이라도 죄명이 폭행이냐 상해냐에 따라 합의의 효력이 전혀 달라집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상해죄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여기서 상담이 가장 자주 어긋납니다. 합의서를 받아 두었으니 사건이 종결되었으리라 믿고 있다가 기소 통지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해죄 합의는 처벌 자체를 막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상해죄 합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는 주장이 실제로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중심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상해죄 성립의 기본 구조 — 무엇이 상해인가

형법 제257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사람을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존속에 대한 상해는 같은 조 제2항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무겁게 규정되어 있고,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해란 피해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뜻합니다. 대법원은 그 판단을 객관적·일률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과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도11886, 파기환송).

생리적 기능에는 육체적 기능뿐 아니라 정신적 기능도 포함됩니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가 없더라도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되어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었다면 상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196, 상고기각으로 확정). 다만 정신적 기능의 장애는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 상해부터 중상해·특수상해까지 유형별 법정형의 전체 틀은 상해죄 처벌과 성립요건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뒤에 이어지는 실제 다툼, 곧 합의와 고의 문제에 집중하겠습니다.

상해죄 합의의 효력 — 폭행과 무엇이 다른가

형법 제260조 제1항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그리고 같은 조 제3항은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반의사불벌죄로,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형법 제260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이 규정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입니다. 반의사불벌은 폭행과 존속폭행, 곧 제260조 제1항과 제2항에 한정됩니다. 상해죄에는 이런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따라서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공소제기와 처벌이 그대로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상해죄 합의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그 위치가 다릅니다. 합의는 처벌을 막는 소추조건이 아니라, 형을 정할 때 유리하게 참작되는 양형 사유입니다. 처벌 여부가 아니라 처벌의 무게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이 차이가 결과를 크게 가릅니다. 피해 회복과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사건에서 기소유예나 벌금형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있는 반면,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는 같은 정도의 상해라도 정식재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합의가 무의미해서가 아니라, 합의만으로 사건이 자동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폭행이면 합의로 끝난다고 뭉뚱그려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반의사불벌은 제260조 제1항과 제2항에 한정되므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다중의 위력을 보인 특수폭행(제261조)은 폭행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도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합의 의사표시의 시점과 방법도 중요합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뒤에는 이를 번복하여 다시 처벌을 원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법리입니다. 합의를 서두르는 것 못지않게, 어떤 문구로 언제 표시할 것인지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해인가 아닌가 — 경미한 상처의 경계

다툼은 합의 이전 단계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 상처가 애초에 상해에 해당하는지부터 문제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폭행이 없더라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이고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상해죄의 상해라고 할 수 없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2025도11886, 파기환송).

상해진단서의 증명력도 같은 판결에서 다루어졌습니다. 진단서가 주로 피해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 등에 의존하여 발급된 경우에는, 진단과 작성 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근접한지, 발급 경위에 의심스러운 사정은 없는지, 부위와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경위와 일치하는지, 사건 이후의 진료 시점과 경과는 어떠한지를 면밀히 살펴 증명력을 판단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관문이 둘입니다. 그 상처가 상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진단서가 실제 상해를 증명하는지입니다. 맞았다는 사실과 진단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상해죄가 곧바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진단서의 증명력이 실제로 다투어진 사례는 상해진단서 증명력의 한계에서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다만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멍이나 긁힘이 무조건 상해가 되는 것이 아니듯, 겉으로 드러난 외상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상해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객관적으로 뒷받침되는 정신적 기능의 장애는 상해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치게 할 생각이 없었다면 — 폭행치상과 상해의 구별

상담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주장은 법적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상해의 고의로 상해에 이르렀다면 상해죄(제257조)이지만, 상해의 고의 없이 폭행의 고의로 때렸는데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다면 폭행치상(제262조)이 됩니다.

대법원도 폭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는 있으나 상해에 대한 고의가 없는 경우에는 폭행치상죄를 적용해야 하며, 이를 상해죄로 의율한 것은 법률적용의 잘못이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85. 1. 29. 선고 84도2655, 상고기각으로 확정). 고의의 내용이 죄명을 가른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판결에는 이어지는 판시가 있습니다. 상해죄와 폭행치상죄는 같은 장에 규정된 동일한 죄질이고 법정형도 동일하므로, 죄명을 잘못 적용하더라도 판결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 이 쟁점의 실질이 있습니다.

형법 제262조는 제260조와 제261조의 죄를 지어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예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폭행치상에 별도의 낮은 법정형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해·중상해·상해치사의 형을 그대로 준용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상해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죄명이 폭행치상으로 바뀌더라도, 그 자체로 형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이 점을 미리 알지 못한 채 고의 다툼에만 기대를 거는 것은 위험합니다. 고의 주장은 양형 사정이나 다른 방어 방향과 함께 설계되어야 실익이 생깁니다.

단순폭행에서 출발했더라도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면 제262조에 따라 상해치사의 예로 처리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이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수폭행(제261조)으로 사상의 결과가 난 경우 역시 폭행치사상의 문제가 됩니다.

흉기를 들었거나 여럿이었다면 — 특수상해·중상해·상해치사

단체나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를 가하면 형법 제258조의2 특수상해가 되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무거워집니다. 중상해에까지 이른 경우(특수중상해)에는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이 되고, 제1항의 미수범도 처벌됩니다.

위험한 물건인지 여부는 물건의 종류가 아니라 사용 상황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구체적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며, 이 기준은 자동차를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10256, 파기환송).

여기서 죄명 표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해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로 가중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법률 제3조 제1항 중 위험한 물건 휴대 폭행 부분에 대해 위헌으로, 상해 부분에 대해서는 합헌으로 결정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15헌가17 결정).

그 뒤 2016년 입법개정으로 해당 조항이 삭제되고 가중처벌이 형법 제258조의2 특수상해 등으로 옮겨졌습니다. 따라서 현재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상해는 형법상 특수상해로 처리됩니다. 다만 같은 법률 제3조 제4항의 누범 가중은 유지되어, 이 법 위반으로 두 번 이상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특수상해를 범하면 3년 이상 2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상해의 정도에 따른 가중도 있습니다. 중상해(제258조)는 상해로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발생하게 하거나 불구 또는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경우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며, 존속중상해는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상해치사(제259조)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존속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중상해와 상해치사에는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럿이 관여한 사건에서는 제263조 동시범 특례가 문제됩니다. 독립행위가 경합하여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는데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아니한 때에는 공동정범의 예에 의한다는 조항입니다. 대법원은 시간적 차이가 있는 독립된 상해·폭행 행위가 경합하여 사망의 결과가 일어나고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않은 경우에도 이 특례가 적용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도2466, 상고기각으로 확정).

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이 특례는 원인된 행위가 판명되지 않은 때에만 적용되므로, 사망이나 상해의 원인이 특정 행위로 적극 증명되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여럿이 때렸으니 무조건 전원이 같은 책임을 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도 이 특례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17헌가10 결정).

상습으로 범한 경우에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될 수 있습니다(제264조). 다만 상습가중의 대상은 제257조, 제258조, 제258조의2, 제260조, 제261조에 한정되며, 상해치사나 폭행치사상과 같은 결과적 가중범은 상습가중의 대상이 아닙니다. 특수상해의 성립 범위와 방어 방향은 특수상해 처벌과 대응에서 더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상해 사건,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

지금까지 본 것처럼 같은 사건이라도 상해 여부, 상해의 고의가 있었는지, 위험한 물건이 사용되었는지, 결과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적용 죄명과 형이 크게 갈립니다. 이 판단의 재료가 대부분 초기에 만들어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진단서가 언제 어떤 경위로 발급되었는지, 현장의 정황이 어떻게 기록되었는지, 고의와 관련된 대화나 행동이 어떻게 남았는지가 이후 다툼의 폭을 결정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합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해죄 합의는 처벌을 면하게 하지는 않지만 양형에서 매우 중요하게 참작되므로, 피해 회복을 어떤 방식으로 언제 진행할지 초기에 검토하는 편이 낫습니다. 의사표시의 문구와 시점에 따라 이후 번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사건 초기에 사실관계와 증거를 정리하고 어느 지점을 다툴지 방향을 잡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형사팀은 상해·폭행 사건의 초기 대응과 합의 절차 전반을 함께 검토하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맞아서 멍이 들었는데 무조건 상해죄가 되나요
상해로 평가되려면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가 초래되어야 합니다.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라면 상해죄의 상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판단 기준은 일률적이지 않고 피해자의 연령과 체격 등 구체적 상태를 함께 고려합니다.
Q피해자와 합의하면 상해죄도 없던 일이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폭행죄와 존속폭행죄는 피해자가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지만, 상해죄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어 합의하더라도 공소제기와 처벌이 가능합니다. 다만 합의는 형을 정할 때 유리하게 참작되는 사유이므로 실무상 처분의 무게에 영향을 미칩니다.
Q때릴 생각만 했는데 상대가 크게 다쳤습니다 상해죄인가요
상해의 고의 없이 폭행의 고의로 때렸는데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다면 폭행치상이 됩니다. 다만 형법 제262조는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예에 따르도록 정하고 있어, 죄명이 폭행치상으로 바뀌더라도 상해·중상해·상해치사의 형이 그대로 준용됩니다. 고의 주장만으로 형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념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Q흉기를 썼거나 여럿이 함께라면 형이 얼마나 무거워지나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다중의 위력을 보인 경우에는 형법 제258조의2 특수상해가 되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됩니다. 위험한 물건인지는 물건의 종류가 아니라 사용 방법과 당시 상황을 함께 보아 판단합니다.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상해치사 등으로 형이 크게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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