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유죄가 확정되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일곱 가지 재심이유를 두고 있고, 형의 집행을 마쳤거나 집행을 받지 않게 된 뒤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것은 제5호의 새로운 증거인데, 대법원은 그 증거가 법원뿐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이 재심이유가 되는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유죄가 확정되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일곱 가지 재심이유를 두고 있고, 형의 집행을 마쳤거나 집행을 받지 않게 된 뒤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것은 제5호의 새로운 증거인데, 대법원은 그 증거가 법원뿐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이 재심이유가 되는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재심이유는 일곱 가지입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입니다. 재심은 다음 이유가 있는 경우에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하여,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는 증거가 거짓이었던 경우입니다.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나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이나 감정, 통역,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입니다.
셋째는 무고로 인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경우에 그 무고의 죄가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입니다. 넷째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하여 변경된 때입니다.
다섯째가 실무의 중심입니다.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입니다.
여섯째는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또는 상표권을 침해한 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에서 그 권리에 대한 무효의 심결이나 무효의 판결이 확정된 때입니다.
일곱째는 수사나 재판에 관여한 법관, 검사,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지은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입니다. 다만 원판결 선고 전에 이들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었던 경우에는, 원판결의 법원이 그 사유를 알지 못한 때로 한정됩니다.
항소나 상고를 기각한 판결에 대해서는 범위가 좁습니다. 제421조 제1항은 제1호, 제2호, 제7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새로운 증거는 누구에게 새로워야 하나
제5호를 두고 가장 많이 다툽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다수의견은 제420조 제5호의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란, 재심대상이 되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발견되었더라도 제출하거나 신문할 수 없었던 증거를 말한다고 보면서, 그 증거가 법원뿐만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9. 7. 16.자 2005모472 전원합의체 결정).
이 기준이 실제로 문턱이 됩니다. 확정판결 당시 피고인이 그 증거를 알고 있었고 제출할 수 있었는데도 고의나 과실로 내지 않았다면, 나중에 법원에 처음 내더라도 새로운 증거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알고 있었더라도 과실 없이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까지 배제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같은 결정에서 대법원이 바꾼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종전에는 새로 발견된 증거만 따로 떼어 그 증거가치만으로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했는데, 전원합의체는 재심대상 확정판결을 선고한 법원이 사실인정의 기초로 삼은 증거들 가운데 새로 발견된 증거와 유기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고 모순되는 것들은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새 증거 하나만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증거와의 관계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명백한 증거인지도 따로 따집니다. 헌법재판소는 제420조 제5호 중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에서 명백한 증거란 새로운 증거가 확정판결을 파기할 고도의 가능성 내지 개연성이 인정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증거의 신규성에 관하여도 그 증거가 법원뿐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 의하여도 새로 발견된 것이어야 함을 문언상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헌법재판소 2014. 7. 24. 선고 2012헌바277 전원재판부 결정).
다른 재판의 결과가 재심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형사재판 밖에서 나온 판단이 재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조세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행정판결이 확정되면 그 부과처분의 효력이 처분 시에 소급하여 사라지므로, 확정된 행정판결이 조세포탈에 대한 무죄 또는 원심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확인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이 재조사결정을 하고 그에 따라 과세관청이 후속처분으로 당초 부과처분을 취소한 경우도 같다고 보았습니다.
2013도14716 사건 자체는 확정 후의 재심사건이 아닙니다. 상고심이 진행되는 동안 조세심판원의 재조사결정에 따라 과세관청이 부과처분의 일부를 취소했고, 대법원은 그 증거가 원심판결 선고 후에 제출되었다는 사정이 제420조 제5호의 새로 발견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아 취소된 세액의 범위에서 유죄 부분을 유지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도14716 판결).
그러므로 형사판결이 확정된 뒤에도 관련된 행정소송이나 조세불복이 진행 중이라면, 그 결과를 반드시 챙겨 보셔야 합니다.
누가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나
제424조가 청구권자를 정합니다. 검사,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 그 법정대리인이 청구할 수 있고,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기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 이 제도의 특징입니다. 제427조는 재심의 청구를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형의 집행을 받지 아니하게 된 때에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형을 다 살고 나온 뒤에도, 사면을 받은 뒤에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제426조에 따라 검사 이외의 사람이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고, 그 선임은 재심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효력이 있습니다.
절차는 두 단계로 나뉩니다
재심은 한 번에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문을 여는 단계와 다시 재판하는 단계가 따로 있습니다.
먼저 제435조입니다. 재심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재심개시의 결정을 하여야 합니다. 이때 결정으로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정지할 수 있는 것이지 반드시 정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전 단계도 보셔야 합니다. 제428조는 재심의 청구가 형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다만 관할법원에 대응한 검찰청검사가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이 있을 때까지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법원의 개시결정만이 유일한 정지 경로는 아닙니다.
다음이 제438조입니다. 재심개시의 결정이 확정된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그 심급에 따라 다시 심판을 하여야 합니다. 사망자나 회복할 수 없는 심신장애인을 위하여 재심이 청구된 경우 등에는 피고인이 출정하지 않아도 심판할 수 있지만, 변호인이 출정하지 않으면 개정하지 못하고, 재심을 청구한 사람이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았다면 재판장이 직권으로 선임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제439조가 중요합니다. 재심에는 원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재심을 청구했다가 형이 더 무거워지는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먼저 어느 재심이유에 해당하는지 특정합니다. 일곱 가지 가운데 어디에 기대는지에 따라 필요한 자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1호부터 제4호와 제7호는 원칙적으로 다른 확정판결이나 확정재판이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다만 범죄를 확정판결로 증명해야 하는 경우에 그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에는, 제422조에 따라 그 사실을 증명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확정판결을 얻을 수 없는 때는 예외입니다.
제5호로 가신다면 두 가지를 동시에 보여 주셔야 합니다. 하나는 그 증거가 확정판결 절차에서 제출하거나 신문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증거가 결론을 뒤집을 만한 무게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당시에 왜 낼 수 없었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면 첫 단계에서 걸립니다.
그리고 무죄가 확정되었을 때의 후속 절차를 함께 계획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구금되었던 기간에 대해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고, 무죄재판서를 법무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해 달라고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무죄를 받았다면 갇힌 날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에서 기한과 함께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형을 다 살았는데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 제427조는 재심의 청구를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형의 집행을 받지 아니하게 된 때에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형을 마친 뒤에도 청구할 수 있고, 유죄를 선고받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제424조에 따라 배우자나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청구할 수 있습니다.
Q새로운 증거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나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확정판결의 소송절차에서 발견되지 못하였거나 발견되었어도 제출하거나 신문할 수 없었던 증거를 말한다고 보면서, 그 증거가 법원뿐 아니라 재심을 청구한 피고인에게도 새로워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2005모472). 알고 있었고 제출할 수 있었는데 고의나 과실로 내지 않은 자료는 인정받기 어렵고, 과실 없이 제출할 수 없었던 증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Q재심을 청구하면 형 집행이 멈추나요?›
청구만으로 멈추지는 않습니다. 제428조는 재심의 청구에 집행정지의 효력이 없다고 하면서, 관할법원에 대응한 검찰청검사가 재심청구에 대한 재판이 있을 때까지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제435조 제2항은 재심개시의 결정을 할 때 법원이 결정으로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두 경우 모두 정지할 수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정지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Q재심을 했다가 형이 더 무거워질 수도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439조는 재심에는 원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다만 이것은 형에 관한 것이고, 재심개시 자체가 받아들여질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Q세금 사건에서 행정소송을 이기면 형사판결도 다시 볼 수 있나요?›
대법원은 조세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행정판결이 확정되면 그 처분의 효력이 소급하여 사라지므로, 이것이 제420조 제5호의 명백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조세심판원의 재조사결정에 따라 과세관청이 후속처분으로 당초 처분을 취소한 경우도 같다고 판단했습니다(2013도14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