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사연에 속아 관계에 응했다면 — 위계에 의한 간음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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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사연에 속아 관계에 응했다면 — 위계에 의한 간음의 기준

변호사
목차

핵심 요지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업무상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 아동·청소년, 장애인, 13세 미만의 사람 등 각 조항이 정한 보호대상에 대해서만 성립하고, 여기서 위계는 간음의 목적으로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그 상태를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법원은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상대방이 속은 대상이 성행위 자체가 아니라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그와 결부된 대가여도 위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종전 판례를 바꾸었습니다. 다만 거짓말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그 내용이 상대방이 성행위를 결심한 중요한 동기가 되어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아동·청소년이나 장애인 등 보호대상자의 입장과 관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평균적인 성인의 시각에서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채팅으로 알게 된 사람이 꾸며 낸 사연을 믿고 성관계에 응한 경우, 상대가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 않았으니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한때 대법원은 성행위 자체를 속인 것이 아니면 위계에 의한 간음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다만 위계에 의한 간음은 미성년자·장애인·업무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 등 각 처벌 조항이 정한 보호대상에 대해서만 성립하고, 거짓말을 이용한 모든 성관계가 이 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이 언제 성립하는지 조문과 대법원 판결로 설명해 드립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을 처벌하는 조항

위계는 상대방을 속여 잘못 알게 하거나 착각하게 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은 폭행이나 협박 없이도 처벌되는 대신, 성폭력범행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보호대상으로 삼아 여러 법률에 나뉘어 규정되어 있습니다.

형법 제302조는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에, 제303조 제1항은 업무·고용 등의 관계로 자기의 보호나 감독을 받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은 위계 또는 위력으로 아동·청소년을 간음한 자를 같은 조 제1항의 예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합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 제5항은 신체적·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사람을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제7조 제5항은 13세 미만의 사람을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한 사람을 같은 조 제1항의 예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종전 판례는 성행위 자체에 대한 착오만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오랫동안 위계에 의한 간음죄의 오인, 착각, 부지는 간음행위 자체에 대한 것이어야 하고, 간음행위와 불가분적 관련성이 없는 다른 조건에 관한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1. 12. 24. 선고 2001도5074 판결 등). 성행위에 이르게 된 사정에 관하여 속은 것만으로는 위계에 의한 간음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2020년 전원합의체가 기준을 바꾼 사건

36세인 피고인은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14세 피해자에게 자신을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고 속이고 사귀기로 했습니다. 이후 자신을 스토킹하는 여성이 있어 힘들다며, 그 여성을 떼어 내려면 자신의 선배와 성관계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부탁했습니다. 헤어질 것이 두려웠던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자, 피고인은 그 선배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를 간음했습니다. 원심은 피해자가 성행위 자체가 아니라 다른 조건에 속은 것뿐이라며 종전 판례에 따라 무죄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원심을 파기하면서 종전 판례를 변경했습니다. 행위자가 간음의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그 심적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의 목적을 달성했다면 위계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하고, 피해자가 속은 대상은 간음행위 자체일 수도 있고 간음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간음행위와 결부된 금전적·비금전적 대가일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왜곡된 성적 결정에 따라 성행위를 했다면 왜곡이 일어난 지점이 성행위 자체인지 동기인지는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관여 대법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이었습니다.

거짓말만 있으면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한계도 분명히 했습니다. 위계적 언동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 중에 피해자가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를 이룰 만한 사정이 들어 있어 피해자의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가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의 연령과 행위자와의 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당시와 전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또한 보호대상자의 성적 자기결정 능력은 나이, 성장과정, 환경, 지능이나 정신기능 장애의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므로, 구체적인 범행 상황에 놓인 피해자의 입장과 관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일반적·평균적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이나 충분한 보호와 교육을 받은 또래의 시각에서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 사건

이 기준은 장애인 피해자 사건에서도 적용되었습니다. 정신장애 판정과 조현병 진단을 받은 21세 피해자에게 오락실에서 처음 만난 42세 피고인이 먹을 것을 사 주겠다며 데려가 간음한 사건에서, 원심은 피고인의 말이 만남을 제안한 것에 불과하다며 2017년 7월 10일 간음 부분을 무죄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 피해자의 지적 능력을 비롯한 구체적인 상태, 행위자와의 관계, 범행 경위와 전후 상황을 종합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규범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인과관계 있는 위계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언행을 연애를 하자는 것으로 이해해 연인관계를 맺게 되는 것으로 오인했고, 성행위의 의미와 결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는 사정이 인정되었습니다. 대법원은 비장애인을 상대로 했다면 위계로 평가하기 부족했을지 모르는 언행도 이 피해자에게는 성행위를 결심하게 한 위계적 언동으로 작동했다고 보아, 2017년 7월 10일 간음 부분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도15730 판결). 먹을 것을 사 주겠다는 말 자체가 언제나 위계가 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의 상태와 경위 전체를 보아 판단한 것입니다.

13세 이상 16세 미만은 수단을 묻지 않습니다

미성년자 보호와 관련해 함께 알아 둘 조항이 있습니다. 2020년 형법 개정으로 신설된 제305조 제2항에 따라, 19세 이상의 사람이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사람을 간음하거나 추행하면 위계나 위력 같은 수단이 있었는지와 관계없이 강간·강제추행 등의 예에 따라 처벌됩니다. 2015도9436 판결의 보충의견도 이 개정을 언급했지만, 판결이 다룬 2014년의 행위에 이 조항이 적용된 것은 아닙니다.

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첫째, 상대방과 처음 만난 경위부터 성관계에 이르기까지 주고받은 메시지를 원본 그대로 보존하십시오. 어떤 말이 오갔는지, 그 말이 상대방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쟁점의 중심입니다.

둘째, 상대방의 나이와 장애 여부를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정리하십시오. 어느 법률의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가 여기서 달라집니다.

셋째, 문제가 된 말이 상대방이 성행위를 결심한 중요한 동기였는지가 다투어집니다. 다만 법원은 평균적인 성인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과 관점에서 판단하므로, 상대방도 알았을 것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위계에 의한 간음 사건을 위계의 내용, 피해자의 특성, 결정과의 인과관계로 나누어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는데도 처벌되나요?›

위계에 의한 간음은 폭행이나 협박 없이 상대방을 속여 그 착오를 이용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다만 대상은 미성년자, 심신미약자,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 아동·청소년, 장애인, 13세 미만의 사람 등 법률이 정한 보호대상자입니다.

Q성관계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정을 속였다면요?›

대법원은 2020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판례를 바꾸어, 속은 대상이 성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나 그와 결부된 대가여도 위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5도9436 전원합의체 판결).

Q거짓말을 한 적이 있으면 모두 처벌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거짓말의 내용이 상대방이 성행위를 결심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어 자발적인 성적 자기결정이 없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연령, 관계, 경위, 전후 상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아동·청소년을 위계로 간음하면 처벌은 어느 정도인가요?›

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같은 조 제1항의 예에 의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합니다. 13세 미만의 사람이라면 성폭력처벌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Q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 사건에서 위계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간음행위와 인과관계 있는 위계인지는 피해자의 지적 능력과 구체적인 상태, 행위자와의 관계, 경위와 전후 상황을 종합해 판단하고,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위계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0도1573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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