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가족이 돌아가신 직후 고인의 계좌에서 돈을 옮기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장례비를 마련하거나 계좌가 막히기 전에 정리하려는 뜻이더라도, 이 행위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될 수 있습니다. 한 항소심은 옮긴 돈에 자기 상속분이 들어 있더라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체액 전부에 대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 죄의 피해자는 가족이 아니라 거래한 금융기관이므로, 예금 명의인과 가족이더라도 피해자와는 친족관계가 아니어서 친족 사이의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금으로 뽑았는지 계좌로 옮겼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달라지는 점까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가족이 돌아가신 직후 고인의 계좌에서 돈을 옮기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장례비를 마련하거나 계좌가 막히기 전에 정리하려는 뜻이더라도, 이 행위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될 수 있습니다. 한 항소심은 옮긴 돈에 자기 상속분이 들어 있더라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이체액 전부에 대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 죄의 피해자는 가족이 아니라 거래한 금융기관이므로, 예금 명의인과 가족이더라도 피해자와는 친족관계가 아니어서 친족 사이의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금으로 뽑았는지 계좌로 옮겼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이 달라지는 점까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는 어떤 죄인가요
형법 제347조의2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일반 사기죄와 법정형이 같습니다.
여기서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한다는 것은 타인의 진정한 정보를 권한 없는 사람이 본인의 승낙 없이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밀번호나 인증서가 진짜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쓸 권한이 있었는지가 기준입니다.
고인의 계좌에서 옮기면 왜 문제가 되나요
실제 사건을 보겠습니다. 배우자와 그 아들이 고인이 사망한 지 네 시간쯤 지난 새벽에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고인의 인증번호와 비밀번호로 계좌이체 명령을 입력하고, 고인 계좌에서 2억 785만원을 배우자 계좌로 옮겼습니다. 법원은 이를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해 그 금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인정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5. 1. 13. 선고 2024노3589 판결).
사람이 사망하면 그 계좌를 다룰 권한도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공동상속인이 고인의 금융자산을 찾으려면 상속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추어 금융기관의 상속예금 지급 절차에 따라 청구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절차는 금융기관마다 다르고 상속인들 사이의 협의가 있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어느 경우든 그 절차를 건너뛰고 고인이 살아 있는 것처럼 명의를 사용하면 권한 없는 입력이 됩니다.
내 상속분만큼 옮긴 부분은 어떻게 보았나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위 사건에서 1심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6,928만원 부분은 정당한 권한이 있었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항소심은 상속분에 대한 권리가 있더라도 금융기관에 사망 사실과 공동상속인의 존재를 알리고 정해진 절차로 청구하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망 직후 급하게 옮겨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보이지 않는다면, 그 행위는 사회통념상 권리행사의 수단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그 결과 해당 항소심은 자기 상속분을 뺀 나머지가 아니라 이체액 전부를 피해액으로 보았습니다. 다만 이는 그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이므로, 모든 사안에 그대로 적용되는 일반 원칙으로 읽으실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는 가족이 아니라 은행입니다
이 죄에서 누가 피해자인지도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대법원은 권한 없이 계좌이체를 한 경우, 예금주의 예금반환채권은 그 행위로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거래 금융기관이 예금주에 대한 반환채무를 그대로 지면서 다른 금융기관에 결제채무까지 지게 되어 같은 금액을 이중으로 지급할 위험에 놓인다고 봅니다. 그래서 피해자는 예금 명의인이 아니라 그 거래 금융기관이라는 것입니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2704 판결).
그 사건은 손자가 할아버지의 예금통장을 몰래 가져가 현금자동지급기로 자기 계좌에 57만원을 옮긴 사안이었습니다. 원심은 피해자를 할아버지로 보아 가족 사이의 특례를 적용했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농업협동조합이므로 그 특례를 적용할 수 없다며 파기했습니다.
여기서 특례의 구조를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형법 제328조가 직접 정하는 것은 친족 사이의 권리행사방해죄이고, 사기와 컴퓨터등사용사기에는 형법 제354조가 제328조를 준용합니다. 그리고 현행 제328조는 개정되어 형을 면제하던 조항이 삭제되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오래된 자료에서 형이 면제된다는 설명을 보셨다면 지금 기준과 다릅니다.
다만 이 사안에서는 개정 전이든 후든 결론이 같습니다. 계좌이체의 피해자가 거래 금융기관이므로, 예금 명의인과 행위자가 가족이더라도 피해자인 금융기관과는 친족관계가 아니어서 제328조가 적용될 여지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금으로 뽑았다면 조문이 달라집니다
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가져갔는지에 따라 적용 조문이 갈립니다. 대법원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가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타인의 명의를 모용해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이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
그 경우에는 절도죄가 됩니다. 같은 판결은 카드회사가 사용을 허용한 상대는 어디까지나 카드 명의인이므로, 명의를 모용한 사람이 현금을 뽑는 행위는 미리 포괄적으로 허용된 것이 아니라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지배를 배제하고 현금을 자기 지배로 옮기는 것이어서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계좌에서 계좌로 옮겼다면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어서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현금으로 뽑았다면 재물을 가져간 것이어서 절도죄가 문제 됩니다. 처음부터 어느 조문이 적용되는 사안인지 가려야 다투는 방향이 정해집니다.
이런 사건에서 무엇을 살펴야 할까요
먼저 권한의 유무입니다. 명의인이 생전에 위임했는지, 위임했다면 어디까지였는지, 그 위임이 사망으로 끝난 뒤의 행위인지를 시간 순서로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은 옮긴 돈의 사용처입니다. 위 사건에서도 옮긴 돈의 상당 부분을 고인의 채무 변제에 쓴 점과 일부를 다시 돌려놓은 점이 형을 정할 때 유리하게 참작되어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절차를 밟을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급하게 옮겨야 했던 합리적인 이유가 실제로 있었다면 권리행사의 수단으로 용인될 여지를 다툴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이런 사건을 계좌 거래 내역과 위임 관계, 자금의 사용처까지 함께 살펴 검토해 드립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장례비를 마련하려고 옮긴 것도 죄가 되나요?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절차를 건너뛴 것이 정당해지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금융기관에 사망 사실을 알리고 정해진 절차로 청구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면 권리행사의 수단으로 용인할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자금의 사용처와 급박한 사정은 형을 정할 때 참작될 수 있습니다.
제 상속분만큼만 옮겼는데도 전액이 피해액인가요?
한 사건에서 그렇게 판단되었습니다. 1심은 법정상속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무죄로 보았으나, 항소심은 절차를 거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는 이유로 이체한 금액 전부에 대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4노3589 판결). 다만 이는 그 사건의 사정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이므로, 사안에 따라 달리 볼 여지도 있습니다.
가족 사이인데도 처벌되나요?
계좌이체의 경우 피해자가 가족이 아니라 거래 금융기관으로 인정됩니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2704 판결). 그래서 예금 명의인과 가족이더라도 피해자인 금융기관과는 친족관계가 아니어서 친족 사이의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참고로 사기와 컴퓨터등사용사기에는 형법 제354조가 제328조를 준용하는데, 현행 제328조는 형을 면제하던 조항이 삭제되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므로 오래된 자료의 설명과는 다릅니다.
현금으로 뽑은 것과 계좌로 옮긴 것이 다른가요?
다릅니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는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에 한정되므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행위는 이 조항으로 처벌할 수 없고 절도죄가 문제 됩니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 계좌에서 계좌로 옮긴 경우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에 해당합니다.
비밀번호를 원래 알고 있었다면 권한이 있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한다는 것은 타인의 진정한 정보를 권한 없는 사람이 본인의 승낙 없이 사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밀번호나 인증서가 진짜인지가 아니라 그것을 쓸 권한이 있었는지가 기준이므로, 평소 관리해 왔다는 사정만으로 권한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계좌 관련 재산범죄 사건을 거래 내역과 위임 관계, 자금의 사용처까지 시간 순서로 함께 살펴 검토해 드립니다. 사건 결과는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번호 1555-5112 /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207, 10층(KJ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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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 형법 제347조의2·제328조 (국가법령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