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바인권인데 왜 도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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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으로 바꿀 수 없는 바인권인데 왜 도박일까

변호사
목차

핵심 요지

홀덤펍을 운영하시는 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금으로 바꿔 주면 도박인 것은 알겠는데, 다음 게임에 참가할 권리인 바인권을 주는 것도 처벌한다고 하니 맞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형법이 정한 도박의 요건은 현금화 가능성이 아니라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 세 건이 이 지점에서 어떻게 갈렸는지 원문으로 보여 드립니다.

홀덤펍을 운영하시는 분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금으로 바꿔 주면 도박인 것은 알겠는데, 다음 게임에 참가할 권리인 바인권을 주는 것도 처벌한다고 하니 맞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그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형법이 정한 도박의 요건은 현금화 가능성이 아니라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하급심 판결 세 건이 이 지점에서 어떻게 갈렸는지 원문으로 보여 드립니다.

조문에는 환전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먼저 조문부터 보겠습니다. 형법 제246조 제1항은 도박을 한 사람을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되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정합니다. 제247조는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관광진흥법 제26조의2는 카지노사업자가 아닌 자가 영리 목적으로 카지노업의 영업 종류를 제공하여 이용자 중 특정인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주고 다른 이용자에게 손실을 주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위반하면 제81조 제1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 있습니다.

식품위생법도 걸립니다. 식품접객업자는 업소 안에서 도박이나 그 밖의 사행행위를 방지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세 법을 나란히 놓고 보시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어디에도 환전이나 현금화가 요건으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형법 제246조·제247조는 현금 환전을 명시적 요건으로 두지 않고, 판례상 도박 여부는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걸고 우연한 승부로 그 득실을 다투는지로 판단합니다. 관광진흥법 제26조의2는 재산상의 이익이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금으로 바꿔 주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도박장소개설죄가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양도·환전이 안 된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했던 사건

수원지방법원 2024. 3. 28. 선고한 판결입니다. 벌금 500만원이 선고되었습니다.

운영 방식은 이랬습니다. 입장료로 평일 1만원, 주말 1만 5천원을 받고 바인칩 한 개를 주어 카지노 칩 2,000개로 바꾸게 했습니다. 칩을 모두 잃으면 2만원에 리바인칩을 사서 다시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게임이 끝나면 1등에게 2만원 상당의 리바인칩 한 개 또는 10만원에서 15만원을 할인받는 양주할인권을 주었습니다.

업주는 이렇게 다투었습니다. 우승자에게 준 쿠폰과 할인권은 경제적 가치가 크지 않고 타인에게 양도나 환전도 되지 않았으므로 도박의 대상인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할인권과 쿠폰을 쓸 때 본인 확인 절차를 두지 않았으므로 양도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고, 이어서 가정적으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설령, 양도나 환전이 되지 않고 우승자 본인만이 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이나 쿠폰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인 이상 도박의 대상인 재산상 이익이라고 보기는 충분한 점”

입장료의 성격에 관하여도 판단이 있었습니다.

“고객들이 입장료, 쿠폰 등을 구매한 후 피고인으로부터 주류를 무료로 제공받았다 하더라도 적어도 위 입장료 등 가액의 일부는 고객들이 우승 상품을 타기 위해 미리 거는 금품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법원이 함께 든 사정도 실무에서 눈여겨볼 만합니다. 게임에 참가하는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의 주류·안주 가격대를 다르게 책정한 점, 우승 상품의 경제적 가치가 최소 10만원 이상인 점, 단순히 술을 마시거나 대화하러 오는 고객은 드물어 보인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같은 가게에서 시기에 따라 결론이 갈린 사건

창원지방법원 2025. 2. 13. 선고한 판결입니다. 항소심이고, 갈림길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영업 방식은 술과 음식을 주문하면 그 금액에 맞추어 게임칩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5만원 세트에 5만 포인트, 10만원 세트에 10만 포인트, 15만원 세트에 15만 포인트였습니다.

2023년 7월 13일자 영업에 대하여는 유죄가 유지되었습니다. 우승자에게 매주 토요일 파티에서 술과 음식을 무료로 제공받는 회식 쿠폰을 주려 한 사안입니다. 법원은 그 쿠폰을 두고 피고인으로부터 일정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을 수 있는 표상이라고 보았습니다.

술값의 성격에 관한 판시가 특히 중요합니다.

“손님들이 내는 술값은 이 사건 업소에서 홀덤 포커 게임에 참가하기 위한 게임칩을 얻기 위하여 지불하는 대가로서의 성격이 있고, 나아가 위 게임칩이 위 게임에 참여하기 위한 판돈으로 사용되는 물건인 이상, 위 술값은 위 게임에 거는 금품으로서의 성격 또한 아울러 가진다고 볼 것이다.”

경품의 재원도 따졌습니다.

“이 사건 회식 쿠폰은 피고인의 영업을 통하여 창출되었거나 창출될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그 재원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고, 손님들이 지불한 술값 등과 무관한 별개의 금전을 재원으로 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단속 이후인 2023년 12월 20일과 2024년 1월 9일자 영업에 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쿠폰을 없애고 우승자에게 트로피만 준 시기입니다. 법원은 그 트로피가 업소 상호명과 우승자를 특정할 수 있는 문구, 우승 날짜 정도가 새겨진 투명한 재질의 것으로 별다른 재산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앞의 유죄 부분과 포괄일죄 관계에 있어 주문에서 따로 무죄가 선고되지는 않았고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그 사건에서 선고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은 함께 기소된 횡령죄까지 포함한 전체 형이므로 홀덤펍 범행만의 양형으로 읽으시면 안 됩니다.

손님이 일시오락이면 업주도 괜찮다는 논리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창원 항소심에서 업주 측은 손님들의 행위가 일시오락에 불과하므로 손님에게 도박죄가 성립하지 않고 따라서 업주에게도 도박장소개설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답은 이렇습니다.

“손님들의 행위가 일시오락으로서 도박죄로 처벌할 수 없는 성격의 것이라 하더라도, 도박장소개설죄 및 식품위생법위반죄는 이와 별개의 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도박죄와는 독립된 범죄에 해당하므로 도박죄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과는 별도로 판단하여야 하고 [중략] 설령 손님들이 도박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도박장소를 개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업주 입장에서 가장 불리한 대목입니다. 판돈이 적어 손님들은 처벌받지 않더라도 업주의 책임은 따로 판단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무죄가 난 사건은 왜 무죄였나

전주지방법원 2023. 8. 11. 선고한 판결은 무죄입니다. 그런데 무죄가 난 이유를 정확히 보셔야 합니다.

구조는 손님에게 3만원을 받아 맥주 한 병과 게임칩을 주고, 승자에게 향후 참가비 3만원을 대체하는 이용권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홀덤펍에서만 쓸 수 있는 이용권입니다.

법원도 의심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3만원을 내고 얻는 혜택이 3만원 상당 이용권에 불과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고 도박이나 사행행위를 조장한 것은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적었습니다.

판단은 두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먼저 법원은 칩을 몇 개 주었는지, 추가로 칩을 살 수 있었는지, 승자가 어떻게 정해지는지에 관하여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광고에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되어 있어 3만원이 판돈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신고자가 만취 상태로 상황을 잘 모르고 신고했다는 사실확인서를 낸 점을 들어 도박이나 사행행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그다음이 두 번째 층입니다. 도박이나 사행행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면서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 게임의 우승자가 받은 혜택은 3만 원 상당의 이용권에 불과하여 손님들이 피고인에게 지불한 3만 원과 비교하여 볼 때 그리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없고 사실상 돈을 지불하지 않고 게임에 참가한 정도로 볼 수 있으며”

참가권이라서 괜찮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법원은 이용권의 가치뿐 아니라 우승하지 못한 다른 참가자들이 맥주를 제공받아 손해가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 형법 제246조 단서의 일시오락에 해당하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았습니다. 참가비와 상품이 같은 액수라는 사실만으로 적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에서 갈리는가

세 판결을 겹쳐 보면 판단이 갈리는 지점이 보입니다. 다만 어느 한 요소를 갖추었다고 해서 합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원 판결은 양도가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이면 재산상 이익이라고 보았습니다. 세 판결은 사실관계와 판단 논리가 서로 달라 하나의 합법 운영 공식으로 정리할 수 없습니다. 아래는 위험을 낮추는 요소일 뿐입니다.

상품의 재산적 가치 — 트로피나 기념품처럼 재산적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경우와, 할인권·회식권·유상 참가권처럼 경제적 이익이 인정된 경우가 갈렸습니다.

참가비와 상품의 균형 — 전주 사건에서는 이용권 가치와 다른 참가자의 손해 정도가 위법성 조각을 판단하는 사정으로 함께 고려되었고, 수원 사건에서는 상품 가치가 10만원을 넘어선 점이 유죄 근거의 하나였습니다.

상품의 재원 — 창원 항소심은 경품의 재원이 업소 매출과 영업이익인지, 손님이 낸 돈과 무관한 별개 재원인지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유료 리바인 — 돈을 더 내고 다시 참가하는 구조는 수원 사건에서 판돈 성격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식음료 가격의 차별 — 게임 참가 고객과 비참가 고객의 가격을 다르게 매긴 점이 수원 사건의 유죄 근거였습니다.

주문 금액과 칩의 연동 — 5만원 세트에 5만 포인트처럼 금액과 칩이 일대일로 연동되면 술값이 판돈 성격을 함께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본인 확인 — 확인 절차가 없으면 양도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이어졌습니다.

업태의 실질 — 게임이 아니면 방문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구조인지도 함께 보았습니다.

정부 지침을 지켰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

2024년에 관광진흥법 제26조의2가 시행되면서 관계 부처가 카지노업 유사행위에 관한 지침을 내놓았습니다. 게임을 통해 적립된 포인트를 향후 입장료로 쓰게 하는 행위, 참가비를 모아 상금이나 상품을 주는 대회 등이 금지행위로 제시되었습니다. 참가권이나 입장료 성격의 혜택을 직접 겨냥한 것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첫째, 그 지침은 관광진흥법의 해석에 관한 것이고 형법 제247조의 도박장소개설죄는 별개의 죄입니다. 창원 항소심이 도박장소개설죄를 도박죄와도 독립된 범죄라고 본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지침이 요구하는 사항을 지켰다는 사정이 형법상 책임을 자동으로 없애 주지 않습니다.

둘째, 지침은 기명과 양도 금지만 갖추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으로 적립한 포인트를 향후 입장료로 쓰게 하는 행위, 참가비를 모아 상금을 주는 대회, 외부 후원 상금이라도 참가비가 대회 운영비로 쓰이는 대회가 모두 금지행위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한편 수원 판결은 지침 발표 전인 2024년 3월에 선고된 것인데, 양도와 환전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경제적 이익이면 재산상 이익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번에 확인한 자료 범위에서는 홀덤펍의 참가권이나 쿠폰이 재산상 이익인지를 직접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소개한 판단은 1심과 항소심 단계의 것이고 사건마다 결론이 갈려 있습니다. 하급심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현금으로 바꿔 주지 않으면 괜찮은 것 아닌가요?

형법 제246조·제247조는 현금 환전을 명시적 요건으로 두지 않습니다. 판례상 도박 여부는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걸고 우연한 승부로 득실을 다투는지로 판단하고, 관광진흥법 제26조의2는 재산상의 이익이라고 정합니다. 수원지방법원은 양도나 환전이 되지 않고 본인만 업장에서 쓸 수 있는 쿠폰이라도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인 이상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Q트로피만 주면 문제가 없나요?

창원지방법원 항소심은 업소 상호와 우승자 이름, 날짜가 새겨진 투명한 재질의 트로피에 대하여 별다른 재산적 가치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는 그 사건의 트로피에 대한 판단이고, 같은 판결에서 회식 쿠폰을 준 시기는 유죄로 보았습니다. 상품의 실제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Q손님들이 소액이라 일시오락이면 업주도 처벌되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창원 항소심은 손님들의 행위가 일시오락이어서 도박죄로 처벌할 수 없더라도 도박장소개설죄와 식품위생법위반죄는 도박죄와 독립된 범죄이므로 따로 판단해야 하고, 손님들이 처벌받지 않더라도 업주는 도박장소를 개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Q무죄가 난 판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주지방법원 판결이 무죄입니다. 다만 참가권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법원은 게임 진행과 참가비의 성격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고, 아울러 도박이나 사행행위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용권의 가치와 참가자들의 실질적 손해 등을 고려해 일시오락 또는 사회상규에 따른 위법성 조각을 판단했습니다. 참가비와 상품이 같은 액수라는 사실만으로 적법성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Q정부 지침대로 운영하면 안전한가요?

지침은 관광진흥법 제26조의2의 해석에 관한 것이고 형법의 도박장소개설죄는 별개의 죄입니다. 지침은 기명과 양도 금지 외에도 포인트를 입장료로 쓰게 하는 행위나 참가비를 재원으로 하는 대회를 금지행위로 들고 있습니다. 이번에 확인한 자료 범위에서는 이 쟁점을 직접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확인하지 못했고 하급심 판단이 갈려 있다는 점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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