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로 맡긴 물건을 팔면 배임죄일까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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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보로 맡긴 물건을 팔면 배임죄일까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대법원 2019도9756 전원합의체)

변호사
목차

핵심 요약

  •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얻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합니다.
  • 단순히 계약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관계만으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닙니다. 당사자 관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어야 합니다.
  • 채무를 담보하려고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그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입니다(대법원 2019도9756).

들어가며 — 계약 위반과 배임죄는 다르다

거래에서 약속을 어기는 일은 흔합니다. 그러나 계약을 어겼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범죄인 배임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임죄는 ‘남의 일을 맡아 처리하는 사람’이 그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빚을 담보하기 위해 자기 물건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그 물건을 팔아버리면, 이는 단순한 계약 위반일까요, 아니면 배임죄일까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사건 개요

회사를 운영하는 피고인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대출금을 다 갚을 때까지 회사 소유의 동산(골재생산기기)을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점유개정이란 물건을 채권자에게 넘기지 않고 채무자가 계속 점유하면서 소유권만 담보로 이전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그 담보물인 동산을 제3자에게 팔았고, 검사는 이를 은행에 손해를 가한 배임으로 보아 기소했습니다. 원심은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먼저 짚을 개념 — 양도담보와 ‘타인의 사무’

양도담보는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물건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하는 형태의 담보입니다.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남의 재산관리 사무를 그를 위해 대행하는 경우처럼, 당사자 관계의 본질이 통상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해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단순히 계약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거나 상대방을 배려할 부수적 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쟁점

핵심 쟁점은,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그 채무자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해 배임죄가 성립하는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의견은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려고 자기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하면서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 등을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는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고,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해 담보가치를 떨어뜨려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법리는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할 의무가 있는데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그리고 주식을 양도담보로 설정한 채무자가 처분한 경우에도 같이 적용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유죄로 본 원심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보아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파기환송). 다만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별개의견과,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습니다.

실무 시사점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계약상 의무 위반’과 ‘형사상 배임죄’의 경계를 분명히 합니다. 담보 제공, 매매, 대여 등 통상의 거래에서 한쪽이 약속을 어겼다고 하여 곧바로 배임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의 본질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상대방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데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배임 혐의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이 무엇인지, 단순한 이익대립관계인지 아니면 재산관리 사무를 위탁받은 관계인지, 별도의 위탁 특약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를 다투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부동산·동산 거래나 담보 관계에서 발생하는 형사 분쟁의 방어에서 특히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계약을 어기면 배임죄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성립하며, 단순한 계약 위반은 원칙적으로 배임죄가 아닙니다.
Q‘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무엇인가요?
당사자 관계의 본질이 통상의 이익대립을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해 상대방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데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Q양도담보로 맡긴 물건을 팔면 배임인가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담보물을 처분하더라도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Q그러면 담보물을 팔아도 아무 책임이 없나요?
형사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채권자에 대한 민사상 책임(손해배상 등)은 별개로 따져야 합니다.
Q주식을 양도담보로 맡긴 경우도 같나요?
네. 같은 법리가 주식을 양도담보로 설정한 뒤 처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았습니다.
Q점유개정이 무엇인가요?
물건을 채권자에게 넘기지 않고 채무자가 계속 점유하면서 소유권만 담보로 이전하는 방식입니다.
Q배임 혐의를 받으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요?
계약의 전형적·본질적 내용, 단순 이익대립인지 재산관리 위탁관계인지, 별도의 위탁 특약 유무를 정리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해당 여부를 다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은 개별 상담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경찰 수사 경험과 형사 변호 실무를 갖춘 변호사들이 사건의 쟁점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합니다. 형사사건 상담은 1555-5112로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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