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신분증을 보여 줬다면 — 공문서부정행사가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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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신분증을 보여 줬다면 — 공문서부정행사가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변호사
목차

핵심 요지

공무원이나 공무소가 발행한 문서를 부정하게 사용하면 형법 제230조의 공문서부정행사죄가 되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된 공문서를 권한 없는 사람이 권한이 있는 것처럼 행사하거나 권한 있는 사람이 정당한 용법에 반하여 행사할 때 이 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신분 확인을 요구받고 남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경우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경찰공무원이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한 상황에서 남의 운전면허증 촬영 이미지파일을 보여 준 경우나, 사용권한 없는 사람이 공문서를 그 본래 용도에 따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단속 현장에서 가족이나 지인의 신분증을 대신 내밀었다가 추가로 입건되는 일이 있습니다. 위조한 것도 아니고 진짜 신분증을 보여 줬을 뿐인데 무엇이 문제냐고 물으십니다. 형법은 공문서를 위조하는 것과 별도로, 진짜 공문서를 부정하게 쓰는 것도 공문서부정행사죄로 처벌합니다. 다만 대법원은 이 죄의 범위를 넓게 잡지 않았고, 어떤 문서를 어떤 방식으로 썼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정리해 드립니다.

위조와는 다른 죄입니다

형법 제225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가짜 공문서를 만드는 경우입니다.

제230조는 다릅니다.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부정행사한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문서는 진짜이고, 그것을 쓰는 방식이 문제인 경우입니다.

공문서부정행사죄 성립의 기준 — 권한과 본래 용도

대법원은 이 죄의 구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공문서부정행사죄는 사용권한자와 용도가 특정되어 작성된 공문서를 사용권한 없는 자가 사용권한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부정한 목적으로 행사하거나, 권한 있는 자라도 정당한 용법에 반하여 부정하게 행사하는 경우에 성립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8도2560 판결).

이 죄는 공문서의 사용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보호하는 추상적 위험범입니다. 그래서 공공의 신용을 해할 위험이 있으면 성립하지만, 그런 위험조차 없는 경우에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 대법원은 이 죄를 적용할 때 범행의 주체, 객체와 태양을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여 처벌범위를 합리적인 범위 내로 제한해야 하고, 사용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했더라도 그 공문서 본래의 용도에 따른 사용이 아니라면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도14514 판결).

남의 운전면허증을 신분증으로 내밀었다면

운전면허증은 운전할 자격을 증명하는 문서이기도 하지만 신분증으로도 널리 쓰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제3자로부터 신분확인을 위하여 신분증명서의 제시를 요구받고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경우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1. 4. 19. 선고 2000도1985 전원합의체 판결).

이유는 운전면허증이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라는 자격증명과, 이를 지니고 내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동일인증명의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 법령의 신분 확인 절차에서도 운전면허증이 신분증명서로 인정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한 명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휴대폰 속 사진을 보여 줬다면

요즘은 실물 대신 휴대폰에 저장한 사진을 보여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음주·무면허운전으로 적발되어 경찰관에게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받은 운전자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 촬영 이미지파일을 자기 것처럼 보여 준 사안을 다루었습니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8도2560 판결).

대법원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경찰공무원이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한 경우 그 특정된 용법에 따른 행사는 운전면허증 자체를 제시하는 것이고, 이를 촬영한 이미지파일을 보여 주는 행위는 공문서부정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공문서부정행사에 관한 법리 오류가 파기 사유였고, 원심이 이 죄와 하나의 형을 선고했던 다른 유죄 부분도 함께 파기되었습니다. 다른 범죄가 무죄라는 뜻은 아닙니다.

또 이 판결에서 문제 된 것은 실물 운전면허증을 촬영한 이미지파일이었으므로, 법령에 따라 정식으로 발급되는 모바일 운전면허증과는 구별해야 합니다. 이 판결은 공문서부정행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일 뿐입니다. 같은 사건의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은 별개로 판단되고, 남의 신분을 사칭한 사정은 다른 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사용권한 없는 사람의 사용 — 본래 용도를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국가유공자증을 두고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조세범 처벌법 위반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피고인이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려고 그 사람의 국가유공자증을 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제시한 사안에서, 국가유공자증의 본래 용도는 국가유공자로서 관련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고 신분의 동일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수긍했습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0도13344 판결).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표지를 사용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등 장애인사용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이 아닌 경우라면, 단순히 표지를 자동차에 비치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도14514 판결). 표지를 비치한 상태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등 지원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수사를 받게 되셨다면

첫째, 어떤 문서였는지 확인하십시오. 운전면허증처럼 신분 증명 기능이 인정된 문서인지, 2020도13344에서 문제 된 국가유공자증처럼 판례가 신분 증명을 본래 용도로 보지 않은 문서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판단은 각 판결에서 문제 된 문서와 사용 상황에 관한 것이므로 현재 발급되는 다른 증명서에 그대로 옮겨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요구받았는지 정리하십시오. 신분 확인을 요구받았는지,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받았는지, 아무 요구도 없었는지가 판단 요소입니다.

셋째, 실물이었는지 사본이나 이미지였는지 확인하십시오. 대법원은 운전면허증 제시 요구에 이미지파일을 보여 준 경우를 달리 보았습니다.

넷째, 함께 문제 되는 다른 죄를 구분하십시오. 공문서부정행사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사기나 다른 법률 위반은 따로 판단됩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이런 사건을 문서의 종류, 요구된 용도, 제시 방식, 함께 문제 되는 죄로 나누어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진짜 신분증을 보여 줬을 뿐인데 죄가 되나요?›

형법 제230조는 공문서를 위조하지 않았더라도 부정하게 행사하면 처벌합니다. 대법원은 신분 확인을 위해 신분증명서 제시를 요구받고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경우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1. 4. 19. 선고 2000도1985 전원합의체 판결).

Q휴대폰에 저장된 면허증 사진을 보여 준 것도 해당되나요?›

대법원은 경찰공무원의 운전면허증 제시 요구에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촬영한 이미지파일을 휴대전화로 보여 준 행위는 공문서부정행사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8도2560 판결). 다만 음주·무면허운전 등 다른 죄는 별개로 판단됩니다.

Q가족의 장애인 주차표지를 차에 두기만 했다면요?›

대법원은 사용권한 없는 사람이 장애인사용자동차표지를 단순히 자동차에 비치한 것만으로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하는 등 지원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공문서부정행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1도14514 판결). 전용구역에 주차하는 등 지원을 받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면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Q공문서위조와는 무엇이 다른가요?›

공문서위조·변조는 행사할 목적으로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죄로 형법 제225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공문서부정행사는 진짜 공문서를 부정하게 쓰는 죄로 제23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Q어떤 공문서든 남의 것을 쓰면 다 해당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이 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사용권한 없는 사람이 사용했더라도 그 공문서 본래의 용도에 따른 사용이 아니면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대법원이 국가유공자증의 본래 용도를 신분 증명이 아니라고 보아, 그 문서를 신분 확인에 제시한 사안에서 무죄 판단을 유지한 예가 있습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0도13344 판결). 그 판결의 문서와 사용 상황에 관한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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