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봉함하거나 비밀장치를 한 남의 편지·문서·도화를 개봉하거나, 그런 비밀장치가 된 편지·문서·도화 또는 전자기록 등의 내용을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내면 형법 제316조의 비밀침해죄가 되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이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비밀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전자기록이라면 기술적 수단으로 알아냈더라도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남의 아이디로 계정에 접속해 대화 내용을 보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의 침입이나 비밀침해로 별도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의 의심이나 동료 사이의 갈등 끝에 상대의 휴대폰이나 메신저를 몰래 열어 보는 일이 있습니다. 가족이니까, 비밀번호를 원래 알고 있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하시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형법의 비밀침해죄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두 방향에서 문제 될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보았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조문이 달라집니다. 어디서 갈리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비밀침해죄 — 형법이 정한 두 가지 행위
형법 제316조 제1항은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또는 도화를 개봉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봉투를 뜯어 보는 전형적인 경우입니다.
제2항은 봉함 기타 비밀장치한 사람의 편지, 문서, 도화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기술적 수단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알아낸 자도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1995년 개정으로 전자기록이 들어오면서, 이 부분을 흔히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라고 부릅니다.
제318조에 따라 이 장의 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입니다. 친고죄의 고소는 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해야 하고, 불가항력으로 고소할 수 없었던 때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계산합니다.
핵심은 비밀장치입니다
두 항 모두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되어 있을 것을 요구합니다. 누구나 열어 볼 수 있게 놓여 있던 것이라면 이 죄의 대상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요건을 분명히 했습니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도8900 판결).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하더라도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되어 있지 아니한 것은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서 알아냈더라도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휴대폰에 잠금이 걸려 있었는지, 파일이나 앱에 별도의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었는지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같은 내용을 보았더라도 보안장치가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이 갈릴 수 있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전자기록입니다
같은 판결은 무엇이 전자기록인지도 밝혔습니다.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쓰이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쓰이며 예정된 증명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전자기록에 포함되고, 인터넷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사건에서 피고인은 직장 동료의 노트북에 키보드 입력을 몰래 기록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메신저와 계정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알아냈습니다. 원심은 아이디 등이 특정인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 아니라서 전자기록이 아니라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그 이유는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결론은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노트북 자체에 비밀번호나 화면보호기 같은 별도의 보안장치가 설정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아이디 등에 비밀장치가 되어 있었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자기록이라는 점과 비밀장치가 있었다는 점은 따로 따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계정에 들어가 대화를 보았다면
같은 사건에는 이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피고인이 알아낸 아이디로 피해자의 메신저 계정에 접속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내용을 내려받은 행위에 대해서는 원심에서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침해등)죄와 전자기록등내용탐지죄가 인정되었고, 이 부분은 피고인과 검사 모두 상고하지 않았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제49조는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제71조 제1항은 두 경우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제2항은 침입의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형법의 비밀침해죄보다 형이 무겁고, 친고죄 규정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비밀침해죄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에는 가족 사이라고 처벌을 면제하는 특례가 없습니다. 부부라서 서로의 휴대폰을 볼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잠금이 있었는지와 별개로 상대가 접근과 사용을 어디까지 허락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비밀번호를 원래 알고 있었다는 사정도 곧바로 면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비밀번호를 안다는 것과 그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허락의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는 두 사람의 관계와 평소 사용 방식 등으로 따로 판단됩니다.
이렇게 얻은 자료를 이혼 소송이나 고소에 증거로 내는 경우에는, 자료를 얻은 행위 자체가 따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셔야 합니다.
고소를 당했거나 하려는 분께
첫째, 기기나 파일에 어떤 보안장치가 있었는지 확인하십시오. 잠금 화면, 앱 잠금, 파일 암호가 있었는지가 비밀침해죄 성립을 가릅니다.
둘째, 무엇을 보았는지 구분하십시오. 기기 안에 저장된 내용을 본 것인지, 남의 아이디로 서버의 계정에 접속한 것인지에 따라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중 어느 쪽이 문제 되는지가 달라집니다.
셋째, 접근을 허락받았는지를 정리하십시오. 평소 서로의 기기를 함께 쓰던 사정이나 비밀번호를 알려 준 경위가 판단 요소가 됩니다.
넷째, 고소기간을 확인하십시오. 형법의 비밀침해죄는 친고죄여서 원칙적으로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합니다. 다만 불가항력으로 고소할 수 없었던 때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계산합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이런 사건을 보안장치의 존재, 접근한 대상, 허락의 범위, 적용 조문으로 나누어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잠금이 없는 휴대폰을 봤는데도 처벌되나요?›
형법 제316조의 비밀침해죄는 봉함 기타 비밀장치가 되어 있어야 성립하므로, 보안장치가 전혀 없는 기기 안의 내용을 본 것이라면 이 죄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1도8900 판결). 다만 남의 계정에 접속해 서버에 있는 대화를 보았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따로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배우자 사이에도 비밀침해가 되나요?›
비밀침해죄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에는 가족 사이의 처벌 면제 특례가 없습니다. 잠금 여부와 별개로 상대가 접근과 사용을 어디까지 허락했는지를 확인해야 하고, 그 범위는 관계와 평소 사용 방식 등으로 따로 판단됩니다.
Q비밀번호를 원래 알고 있었다면 괜찮지 않나요?›
비밀번호를 안다는 것과 그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것을 금지하므로, 허락받은 범위가 어디까지였는지가 판단의 중심이 됩니다.
Q처벌은 어느 정도인가요?›
형법의 비밀침해죄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의 정보통신망 침입이나 타인의 비밀 침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습니다.
Q이렇게 얻은 자료를 소송에 써도 되나요?›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지와 별개로, 자료를 얻은 행위 자체가 비밀침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제출하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얻은 자료인지부터 검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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