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뒤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로 실행행위를 중지하거나, 이미 마친 실행행위로 인한 결과 발생을 자의로 방지하면 형법 제26조의 중지미수가 되어 형을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 감경 여부가 법원의 재량인 장애미수(제25조 제2항)와 다른 점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자의로 멈춘 경우라도 그 이유가 일반 사회통념상 범행을 완수하는 데 장애가 되는 사정이라면 중지미수로 보지 않고, 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강간의 수단인 폭행 등으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어 강간치상죄의 요건을 갖추면 그 치상죄가 성립하고 여기에는 중지미수 감면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범행을 시작했다가 도중에 그만둔 사건에서 피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말은 “제가 스스로 멈췄습니다”입니다. 실제로 형법은 스스로 멈춘 사람을 중지미수로 따로 대우합니다. 그런데 법정에서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무엇을 스스로 멈춘 것으로 보는지, 멈췄는데도 무거운 죄가 되는 경우는 언제인지 정리해 드립니다.
장애미수와 중지미수의 차이
형법 제25조 제1항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제29조에 따라 미수범은 각칙의 해당 죄에 처벌 규정이 있을 때에만 처벌됩니다.
이 글은 미수범 가운데 장애미수와 중지미수를 다룹니다. 외부의 장애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경우를 흔히 장애미수라고 합니다. 제25조 제2항은 미수범의 형을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감경할지 여부는 법원이 정합니다.
제26조는 다르게 정합니다. 범인이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자의로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자의로 방지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 이를 중지미수 또는 중지범이라고 합니다.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형법의 감경 규정을 정리하면서, 중지미수를 형의 필요적 감면사유로, 장애미수를 임의적 감경사유로 분류했습니다(대법원 2021. 1. 21. 선고 2018도5475 전원합의체 판결). 필요적 감면사유는 인정되면 법원이 반드시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야 하고, 임의적 감경사유는 인정되더라도 감경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미수라도 중지미수로 인정되는지가 형의 범위를 크게 바꿉니다. 유기징역을 감경하면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하고, 면제가 선택될 수도 있습니다.
‘자의로’는 어떻게 판단하나
대법원은 중지미수를 범죄의 실행행위에 착수하고 그 범죄가 완수되기 전에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실행행위를 중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자의에 의한 중지 가운데에서도 일반 사회통념상 장애에 의한 미수라고 보이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봅니다(대법원 1985. 11. 12. 선고 85도2002 판결).
핵심은 멈춘 이유입니다. 스스로 멈춘 것처럼 보여도, 그 이유가 일반 사회통념상 범행을 완수하는 데 장애가 되는 사정이었다면 장애미수가 됩니다. 또 실행행위를 아직 마치지 않은 경우에는 자의로 그 실행을 중지했는지를, 이미 실행행위를 마친 경우에는 그 행위로 인한 결과 발생을 자의로 방지했는지를 구별해 보아야 합니다.
중지미수가 인정된 경우
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도1851 판결의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다음에 만나 친해지면 응해 주겠다는 피해자의 간곡한 부탁을 듣고 실행을 멈췄고, 그 뒤 피해자를 자기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원심은 장애미수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의로 강간행위를 중지한 것이고 피해자의 부탁은 사회통념상 범죄 실행에 대한 장애라고 여겨지지 않는다며 중지미수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중지미수가 인정되지 않은 경우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957 판결의 사건에서 피고인은 장롱 안의 옷가지에 불을 붙였다가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물을 부어 껐습니다. 대법원은 치솟는 불길에 놀라거나 자신의 신체 안전에 대한 위해, 범행이 발각될 때의 처벌 등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이라고 보아 중지미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중지미수 주장은 원심에서 하지 않은 새로운 주장이었고, 대법원은 피고인이 스스로 후회해 불을 껐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85도2002 판결에서도 피고인들은 원료 불량, 판로 문제, 처벌에 대한 공포 등으로 필로폰 제조를 단념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제조 과정에서 범행이 발각되어 검거됨으로써 미수에 그친 것이라며 이런 사정만으로는 중지미수라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두 사건은 사정이 다릅니다. 97도957은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서 느낀 위험과 두려움을, 85도2002는 제조 도중 실제로 발각·검거된 사정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실행이 중단되었는지를 사건마다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멈췄어도 무거운 죄가 되는 경우
기본 범죄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거운 결과가 생기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강간이 미수에 그친 경우라도 강간의 수단이 된 폭행으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강간치상죄가 성립하고, 미수에 그친 것이 자의로 중지한 경우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8. 11. 8. 선고 88도1628 판결).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성폭력처벌법의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가 성립하고 그 미수범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종전 법리를 유지했습니다(대법원 2025. 3. 20. 선고 2023도10405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에는 대법관 두 명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위 판례와 같이 강간치상 또는 특수강간치상의 기수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기본 범죄인 강간을 그만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치상죄에 제26조의 중지미수 감면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만둔 뒤의 행동을 양형에서 고려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수사를 받고 계신 분께
첫째, 멈춘 시점과 이유를 구체적으로 정리하십시오. 범행을 계속할 수 있었는지, 무엇 때문에 그만두었는지가 중지미수와 장애미수를 가르는 핵심입니다.
둘째, 멈춘 뒤의 행동도 자료가 됩니다. 93도1851 판결에서처럼 피해자를 안전하게 데려다준 사정은 자의로 멈췄다는 판단을 뒷받침했습니다.
셋째, 결과가 생겼는지를 확인하십시오. 강간 등의 실행행위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치상죄가 문제 될 수 있어 중지미수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넷째, 해당 죄에 미수범 처벌 규정이 있는지도 확인하십시오. 규정이 없는 죄라면 미수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이런 사건을 실행의 착수 시점, 중지의 이유, 결과 발생 여부, 적용 조문으로 나누어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스스로 그만두면 처벌을 받지 않나요?›
자동으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26조의 요건을 충족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며, 어느 쪽인지는 법원이 정합니다.
Q들킬까 봐 겁이 나서 멈춘 것도 중지미수인가요?›
사건마다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방화를 하다가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불을 끈 사건에서, 그 구체적 상황에서 느낀 위험이나 발각 시 처벌에 대한 두려움은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이라고 보아 중지미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957 판결). 무엇 때문에 실행이 중단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피해자가 부탁해서 멈췄다면 어떻게 되나요?›
부탁의 내용과 그 뒤의 행동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법원은 다음에 만나 친해지면 응해 주겠다는 피해자의 간곡한 부탁으로 강간을 멈추고 피해자를 집까지 데려다준 사건에서, 그 부탁은 사회통념상 범죄 실행의 장애가 아니라며 중지미수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1993. 10. 12. 선고 93도1851 판결).
Q장애미수와 중지미수는 형이 얼마나 다른가요?›
장애미수는 제25조 제2항에 따라 감경할 수 있을 뿐이어서 감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지미수는 제26조에 따라 반드시 감경하거나 면제합니다. 유기징역을 감경하면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형기의 2분의 1로 합니다.
Q범행을 멈췄는데 피해자가 다쳤다면요?›
강간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강간의 수단이 된 폭행으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면 강간치상죄가 성립하고, 대법원은 이때 자의로 중지했는지를 가리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88. 11. 8. 선고 88도1628 판결). 이 경우 치상죄에는 중지미수 감면이 적용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