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사건에서 오랫동안 통용되던 인식이 하나 있습니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강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년,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반드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종래의 기준을 바꿨습니다(대법원 2018도13877).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강제추행이 아닐까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 법령 원문: law.go.kr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이 ‘폭행 또는 협박’을 두 갈래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폭행행위 자체가 곧 추행이 되는 이른바 기습추행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면 그 세기를 묻지 않았지만, 폭행·협박이 추행보다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높은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이 ‘항거곤란’이라는 잣대가 결국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가’를 따지게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4촌 조카를 끌어안은 사건
이 사건의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서 4촌 친족관계인 15세 피해자의 학교 과제를 도와주던 중, 피해자의 손을 잡아 자신의 신체 쪽으로 끌어당기고, 거부하며 일어나려는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아 침대에 쓰러뜨린 뒤 위에 올라타 가슴을 만지고, 방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다시 끌어안았다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종래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였습니다.
‘항거곤란’이라는 낡은 잣대를 다시 보다
대법원은 ‘항거곤란’을 구성요건으로 끌어들이는 종래의 법리가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과 맞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잣대를 적용하면 강제추행이 성립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의사 억압이 있어야 한다고 보게 되고, 결국 피해자가 실제로 얼마나 저항했는지를 따지게 되어 저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다수의견은 이것이 피해자에게 사실상 ‘정조를 지키는 태도’를 요구하는 낡은 전제이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해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대법관은 종래 기준이 형사법 체계에 부합하고 처벌 범위를 넓히는 것은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지만, 다수의견이 기준을 바꾸었습니다.
대법원이 그은 새로운 선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 없이,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정도 — 즉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이면 충분하다고 다시 정의했습니다.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 태양과 내용, 경위와 정황, 당사자의 관계, 상대방이 받은 고통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거부하는 피해자를 끌어안아 침대에 쓰러뜨리고 위에 올라타 신체를 만진 행위는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본 원심에 법리오해가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이송했는데, 이는 유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바뀐 기준으로 다시 심리하라는 의미였습니다.
이제 강제추행은 무엇으로 판단하나
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는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가’가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추행이 이루어졌는가’를 중심으로 판단됩니다. 고소와 수사 단계에서는 행위의 경위와 태양, 당사자의 관계, 거부 의사의 표현 같은 사실관계가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저항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무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으므로, 행위의 구체적 맥락과 동의 여부, 고의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면밀히 다투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강제추행은 성폭력처벌법 등에 따라 가중되거나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 같은 보안처분이 따를 수 있어, 초기부터 신중한 대응이 요구됩니다.
관련 정보 — 성범죄 변호사 상담 · 성범죄 수사·재판 대응과 보안처분 가이드
자주 묻는 질문
Q이제는 저항하지 않아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강제추행죄는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추행이 이루어졌는지가 기준입니다.
Q‘폭행 또는 협박’은 어느 정도여야 하나요?›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의 정도, 즉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이면 충분합니다.
Q기습추행도 강제추행인가요?›
폭행행위 자체가 곧 추행이 되는 기습추행형은 종전부터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으면 그 세기를 묻지 않고 강제추행으로 보았습니다.
Q이 판결로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됐나요?›
아닙니다. 대법원은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하고 바뀐 기준에 따라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이송했습니다. 유·무죄는 이후 심리에서 가려집니다.
Q위력에 의한 추행죄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위력은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일체의 세력으로, 강제추행의 ‘폭행·협박’과 개념적으로 구별됩니다. 미성년자·피보호자 등을 위력으로 추행하면 별도 규정으로 처벌됩니다.
Q강제추행으로 처벌되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형사처벌 외에 성폭력처벌법 등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 취업제한, 경우에 따라 전자장치 부착 같은 보안처분이 따를 수 있습니다.
Q강제추행으로 고소되거나 입건되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행위의 경위와 태양, 당사자 관계, 동의 여부와 고의 등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보안처분 가능성까지 고려해 초기부터 신중히 대응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은 개별 상담이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경찰 수사 경험과 형사 변호 실무를 갖춘 변호사들이 사건의 쟁점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합니다. 형사사건 상담은
1555-5112로 문의하실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 폭행·협박, 어디까지여야 하나 — 항거곤란 기준을 바꾼 대법원 전원합의체(2018도13877)
강제추행 사건에서 오랫동안 통용되던 인식이 하나 있습니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강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3년,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이 반드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종래의 기준을 바꿨습니다(대법원 2018도13877).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항하지 않으면 강제추행이 아닐까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 법령 원문: law.go.kr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경우에 성립합니다. 그동안 대법원은 이 ‘폭행 또는 협박’을 두 갈래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폭행행위 자체가 곧 추행이 되는 이른바 기습추행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면 그 세기를 묻지 않았지만, 폭행·협박이 추행보다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경우에는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라는 높은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이 ‘항거곤란’이라는 잣대가 결국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가’를 따지게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4촌 조카를 끌어안은 사건
이 사건의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서 4촌 친족관계인 15세 피해자의 학교 과제를 도와주던 중, 피해자의 손을 잡아 자신의 신체 쪽으로 끌어당기고, 거부하며 일어나려는 피해자를 양팔로 끌어안아 침대에 쓰러뜨린 뒤 위에 올라타 가슴을 만지고, 방을 나가려는 피해자를 뒤따라가 다시 끌어안았다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의 행위가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종래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결과였습니다.
‘항거곤란’이라는 낡은 잣대를 다시 보다
대법원은 ‘항거곤란’을 구성요건으로 끌어들이는 종래의 법리가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과 맞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잣대를 적용하면 강제추행이 성립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의사 억압이 있어야 한다고 보게 되고, 결국 피해자가 실제로 얼마나 저항했는지를 따지게 되어 저항이 없었다는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다수의견은 이것이 피해자에게 사실상 ‘정조를 지키는 태도’를 요구하는 낡은 전제이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해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대법관은 종래 기준이 형사법 체계에 부합하고 처벌 범위를 넓히는 것은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별개의견을 냈지만, 다수의견이 기준을 바꾸었습니다.
대법원이 그은 새로운 선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필요 없이,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정도 — 즉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나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이면 충분하다고 다시 정의했습니다.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 태양과 내용, 경위와 정황, 당사자의 관계, 상대방이 받은 고통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거부하는 피해자를 끌어안아 침대에 쓰러뜨리고 위에 올라타 신체를 만진 행위는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본 원심에 법리오해가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이송했는데, 이는 유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바뀐 기준으로 다시 심리하라는 의미였습니다.
이제 강제추행은 무엇으로 판단하나
이 판결로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는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가’가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폭행·협박의 방법으로 추행이 이루어졌는가’를 중심으로 판단됩니다. 고소와 수사 단계에서는 행위의 경위와 태양, 당사자의 관계, 거부 의사의 표현 같은 사실관계가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저항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무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으므로, 행위의 구체적 맥락과 동의 여부, 고의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면밀히 다투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강제추행은 성폭력처벌법 등에 따라 가중되거나 신상정보 등록·취업제한 같은 보안처분이 따를 수 있어, 초기부터 신중한 대응이 요구됩니다.
관련 정보 — 성범죄 변호사 상담 · 성범죄 수사·재판 대응과 보안처분 가이드
자주 묻는 질문
Q이제는 저항하지 않아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Q‘폭행 또는 협박’은 어느 정도여야 하나요?›
Q기습추행도 강제추행인가요?›
Q이 판결로 피고인은 유죄가 확정됐나요?›
Q위력에 의한 추행죄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Q강제추행으로 처벌되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Q강제추행으로 고소되거나 입건되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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