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말은 성매매 업소 사건에서 가장 흔히 나오는 항변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명의를 빌려줬다는 사실이 형사책임을 자동으로 벗겨 주지도, 그렇다고 실제 업주와 똑같은 처벌로 곧장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바지사장 처벌은 명의대여라는 형식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영업에 얼마나, 무엇을 알고 관여했는가라는 실질에서 갈립니다.
그래서 바지사장이 처한 위치는 '무조건 무겁다'거나 '이름만 빌려줬으니 괜찮다'는 양극단 어디에도 있지 않습니다. 아래에서는 명의대여가 곧바로 공동정범이 되지 않는 이유, 그럼에도 '이름만'이 방어가 되지 못하는 지점, 그리고 조사를 앞두고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명의를 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공동정범이 되지는 않는다
형법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공동하여 죄를 범한다는 부분입니다.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단순히 이름을 빌려준 것을 넘어, 범죄 실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하는 역할 분담과 이른바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업자등록이나 임대차계약에 이름을 올려 준 것만으로 곧바로 실제 업주와 같은 정범이 되지는 않습니다. 명의대여 그 자체는 영업을 지배하고 주도하는 실행행위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동정범의 성립을 따질 때 법원이 눈여겨보는 것은 그 사람이 범행 전체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고, 그 역할이 없었다면 범행의 성패가 달라졌을 정도로 본질적인 기여였는지입니다. 단순 명의 제공은 대개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실무에서 나는 이름만 빌려줬다는 항변이 전혀 무의미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그 항변이 통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좁습니다.
그러나 '이름만'이 방어가 되지 못하는 경우
문제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그 명의가 성매매 영업에 쓰일 사정을 알았거나, 명의 대여를 넘어 운영에 조금이라도 관여했을 때입니다. 이 경우에는 형법 제32조의 방조범, 곧 종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제32조 제1항은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하는데, 명의를 제공해 영업을 가능하게 한 행위가 방조에 해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2호 다목은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 자금·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알선 등 행위에 포함합니다. 명의뿐 아니라 자금이나 건물을 함께 댄 사정이 있다면, 방조를 넘어 알선의 주체로 평가될 여지도 생깁니다. 결국 갈림길은 정을 알았는가, 즉 고의의 유무와 관여의 정도입니다. 몰랐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려면 그 정황이 객관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바지사장 처벌은 관여의 깊이에서 갈린다
수사기관은 명의대여자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를 여러 정황으로 살핍니다. 단지 이름만 올려 주었는지, 아니면 계좌를 관리하거나 수익 배분에 참여했는지, 종업원을 지휘하거나 영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했는지가 판단의 축이 됩니다. 여기에 명의를 빌려주고 받은 대가의 성격, 업소를 드나든 빈도, 실제 업주와 주고받은 연락의 내용 같은 사정이 더해지면서 관여의 깊이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관여가 명의 제공에 그치면 방조나 무혐의 쪽에 가깝고, 운영 전반에 깊이 개입했다면 공동정범으로 나아갑니다.
이 스펙트럼은 실제 업주가 누구인지를 가리는 실운영자 판단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지사장 처벌의 무게 역시 결국 누가 실제로 그 영업을 지배했는가라는 질문 위에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명의대여라도 어떤 사람은 방조로, 어떤 사람은 정범으로, 또 어떤 사람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결과로 갈립니다. 누가 진짜 업주인지 가리는 기준은 자매편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방조로 인정되면 형은 감경되지만 전과는 남는다
방조범으로 인정되면 형법 제32조 제2항에 따라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는 규정이 적용됩니다. 정범인 실제 업주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감경이 곧 면책은 아닙니다. 성매매처벌법 제19조 제1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제2항은 이를 영업으로 한 경우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더 무겁게 처벌하는데, 그 방조라 하더라도 형사처벌과 전과가 남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25조에 따른 몰수·추징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조항은 범죄수익을 몰수하고 몰수할 수 없으면 그 가액을 추징하도록 정하는데, 명의대여자라 하더라도 명의 제공의 대가나 수익 배분으로 실제 취득한 이익이 있다면 그 범위에서 추징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추징은 각자에게 실제로 귀속된 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명의만 빌려준 사람과 영업을 총괄한 실제 업주의 추징 범위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방조에 그친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 자체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셈입니다.
바지사장으로 조사받게 됐을 때 가장 먼저 할 일
바지사장으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가장 먼저 명의를 빌려준 경위와 그 이후의 관여 범위를 사실에 기초해 정리해야 합니다. 누구의 부탁으로 어떤 대가를 받고 이름을 빌려주었는지, 그 명의가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있었는지, 운영에는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시간 순서로 명확히 해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특히 정을 알았는가라는 고의 부분은 진술 하나로 결론이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진술은 한번 조서에 남으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사에 앞서 자신의 관여가 방조와 공동정범 중 어디에 가까운지, 고의를 다툴 여지가 있는지를 법률적으로 검토한 뒤 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것은 요령이나 편법이 아니라, 형사절차에서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방어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성매매 업주 처벌의 전체 그림은 실업주와 바지사장, 추징 쟁점을 한데 묶은 총정리 편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인용한 형법 조문의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형법 전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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