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모두 배임일까 — 배임죄가 갈리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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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모두 배임일까 — 배임죄가 갈리는 지점

변호사
목차

핵심 요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본인에게 손해를 입히고 자신이나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을 때 성립합니다. 다만 임무 위반과 손해만으로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경영판단의 범위나 업무상 지위, 이득액에 따라 처벌이 크게 달라집니다.

회사에 손해가 생기면 곧바로 배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임원이나 직원이 관여한 거래에서 손실이 나면 배임 혐의가 거론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배임죄는 임무 위배와 손해, 그리고 이익 취득이 함께 있어야 하고, 그 각각에 법이 요구하는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배임죄가 어떤 구조로 성립하는지, 어디까지를 손해로 볼 수 있는지, 경영 판단이 빗나간 경우는 어떻게 다루어지는지를 조문과 대법원 판례를 따라 살펴봅니다. 같은 부동산 거래라도 매매와 담보가 갈리는 이유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배임죄 성립의 기본 구조 —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를 배임죄로 정합니다. 형은 조문에 직접 적혀 있지 않고 제355조 제1항의 형과 같다고 규정되어 있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출발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요건입니다. 배임죄는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그 사무가 본래 누구의 것인지가 먼저 문제 됩니다. 자신이 부담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일 뿐 배임이 아닙니다.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서 이를 영득하는 횡령죄와의 구별은 별도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이 구별은 뒤에서 볼 부동산 이중매매와 이중저당의 결론이 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부동산을 둘러싼 분쟁이라도 그 의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에 따라 성립 여부가 달라집니다.

무엇이 임무위배이고, 어디까지가 손해인가

임무위배행위란 법령이나 계약의 내용, 신의칙에 비추어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말아야 할 행위를 함으로써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2도758 판결이 같은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구체적인 직무 규정 위반만이 아니라, 그 지위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 전반이 포함되는 넓은 개념입니다.

손해에 관해서는 범위가 한 번 더 문제 됩니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은 재산상 손해에 현실적인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이 부분만 보면 손해의 범위가 상당히 넓어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절반만 읽은 것입니다.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도6151 판결은 손해의 유무를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하고, 실해 발생의 위험도 막연한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며 본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의 구체적·현실적 위험에 이르러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나아가 문제 된 임무위배행위가 민사상 무효일 가능성이나 사용자책임 부담 여부까지 면밀히 심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정리하면 위험도 손해가 될 수 있지만, 그 위험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합니다. 손해 요건을 다투는 실무의 출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경영판단원칙 — 결과적 손해가 곧 배임은 아니다

기업 활동에는 위험이 따르고, 신중히 검토한 결정도 빗나갈 수 있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02도4229 판결은 이 지점에서 중요한 법리를 밝혔습니다.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로, 수집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이익에 합치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신중하게 내린 경영판단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초래한 경우까지 배임의 고의를 넓히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다는 것입니다.

같은 판결은 배임의 고의가 인정되려면 경위와 동기, 사업의 내용, 당시의 경제 상황, 손실 발생의 개연성과 이익 취득의 개연성 등을 종합하여, 이익을 취득하고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에 의도적으로 행위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또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다만 경영판단원칙은 면책 카드가 아닙니다.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5도17067 판결은 이미 채무 변제능력을 상실한 상대에게 손해를 알면서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 등 상당하고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 없이 만연히 대여한 경우에는 배임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은 이사가 단순히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으며, 이는 그 타인이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계열사 지원의 경우에는 지원 회사와 대상 회사가 실체적으로 결합되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인지,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지원 대상과 규모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정해졌는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는지, 부담하는 위험에 상응하는 보상을 기대할 수 있었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결국 경영판단원칙은 고의 인정을 엄격히 하는 해석기준이지, 절차를 밟지 않았거나 법령을 탈법적으로 회피한 경우까지 보호하지는 않습니다.

업무상배임과 특경법 가중 — 지위와 이득액이 형을 키운다

형법 제356조는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경우를 업무상배임으로 정하고,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같은 행위라도 그 사무를 업무로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형이 무거워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주체의 범위가 넓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02도758 판결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신의칙상 신임관계가 인정되는 자를 말하고, 제3자에 대한 대리권을 반드시 요하지 않으며, 업무의 근거는 법령이나 계약, 관습 어느 것이든 무방하고 사실상의 것도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정식 직함이나 대리권이 없더라도 사실상 그 사무를 처리해 왔다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판결은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이득액이 크면 특별법이 적용됩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배임 등으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를 가중하여,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이득액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법은 흔히 특경법으로 줄여 부르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인 특가법과는 다른 법입니다.

참고로 배임죄 규정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이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4헌바99 사건에서 형법 제356조 중 제355조 제2항에 관한 부분과 특경법 제3조 제1항 중 해당 부분에 대하여 명확성 원칙과 비례원칙, 평등원칙 위배를 모두 부정하고 합헌으로 판단했습니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갈린다 — 이중매매는 배임, 이중저당은 아니다

부동산 이중매매에 관하여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리를 밝혔습니다.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배액을 상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약에서 자유롭게 벗어날 수 있으나,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인 이행 단계에 이르면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 보전에 협력할 신임관계에 서게 되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제3자에게 목적물을 처분하고 등기까지 마쳐 주면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이 판결에서 핵심이 되는 시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도금이 지급되었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제3자 앞으로 등기까지 마쳐졌는지입니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5인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반면 동산 이중양도는 배임이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은 동산 매도인의 이행은 인도로 완료되어 매수인의 재산을 보호할 협력의무가 없으므로, 중도금을 받은 뒤 제3자에게 처분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에도 5인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이중저당과 양도담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9도14340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저당권을 설정해 줄 의무는 채무자 자신의 의무이므로 채무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고, 제3자에게 먼저 저당권을 설정해 주거나 담보물을 양도하여 담보가치를 훼손하더라도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양도담보 설정 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도 같습니다. 이 판결에는 4인의 반대의견이 있었습니다. 담보로 맡긴 물건을 처분한 경우에 관한 논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를 다룬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정리하면 같은 부동산이라도 매매, 곧 이중매매는 배임이 될 수 있지만 담보, 곧 이중저당이나 양도담보는 배임이 되지 않고, 동산 이중양도도 배임이 아닙니다. 갈리는 기준은 그 의무가 타인의 사무인지 자기의 사무인지입니다. 실무에서는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는지도 함께 다투어집니다. 2017도4027 사안에서도 매수인이 보낸 통고서를 해제의 의사표시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배임 사건,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

지금까지 본 것처럼 배임 사건은 여러 갈림길에서 결론이 달라집니다. 문제 된 행위가 임무위배에 해당하는지, 손해가 구체적·현실적 위험에 이르렀는지, 이득액이 특경법 기준을 넘는지, 경영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는지, 그리고 그 의무가 애초에 타인의 사무였는지가 각각 쟁점이 됩니다.

이 판단들은 대부분 사건 초기에 확보되는 자료에 좌우됩니다.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검토를 거쳐 결정했는지, 계약이 어느 이행 단계에 있었는지, 담보나 채권회수조치가 어떻게 마련되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지에 따라 다툴 수 있는 폭이 달라집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이를 복원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배임 혐의가 거론되는 단계에서 사실관계와 자료를 정리하고 대응 방향을 세우는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조문의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형법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무조건 배임죄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임무위배행위, 본인의 재산상 손해,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 취득, 그리고 고의가 모두 갖추어져야 성립합니다. 손해에 실해 발생의 위험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대법원은 막연한 가능성으로는 부족하고 손해가 발생한 것과 같은 정도의 구체적·현실적 위험에 이르러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Q경영 판단이 잘못돼 회사가 손해를 봤다면 배임인가요
대법원은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선의로, 수집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내린 경영판단이 빗나간 경우까지 배임의 고의를 넓힐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손해라는 결과만으로, 또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변제능력을 상실한 상대에게 손해를 알면서 나아갔거나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 없이 만연히 대여한 경우에는 경영상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Q업무상배임은 일반 배임과 무엇이 다른가요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은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한 경우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반 배임보다 형이 무겁습니다. 주체의 범위도 넓게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제3자에 대한 대리권을 요하지 않고 업무의 근거가 법령·계약·관습 어느 것이든 무방하며 사실상의 것도 포함된다고 보아, 정식 직함이 없더라도 사실상 그 사무를 처리해 왔다면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Q배임으로 얻은 이익이 크면 형이 얼마나 무거워지나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는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를 가중합니다.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이득액 이하의 벌금이 병과될 수 있습니다. 이득액을 어떻게 산정하는지가 형량을 좌우하므로 실무에서 중요한 다툼의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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