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자동차 등의 운전자가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한 사실을 알면서도 구호 등 필요한 조치를 하기 전에 현장을 떠나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의 도주치상으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줬더라도 피해자나 병원에 신원을 알리지 않고 떠났다면 도주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다만 상처의 정도와 사고 후 정황을 종합해 구호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현장을 먼저 떠났더라도 도주치상으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사고를 내고 다친 사람을 직접 차에 태워 병원 응급실에 내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경찰에서 뺑소니, 곧 도주치상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옵니다. 병원까지 데려다줬는데 왜 도망친 것이 되는지,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현장을 먼저 떠났어도 도주치상이 아닌지, 대법원 판결로 설명해 드립니다.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해야 할 두 가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 운전자는 즉시 정차하여 두 가지 조치를 하도록 정합니다. 하나는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에게 성명·전화번호·주소 같은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제14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흔히 사고후미조치라고 부르는 죄입니다. 다만 주차하거나 정차해 둔 차만 손괴한 것이 분명한 경우에 인적 사항만 남기지 않은 것은 제148조가 아니라 제156조 제10호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의 대상입니다.
사람이 다쳤다면 도주치상으로 무거워집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은 자동차 등의 교통으로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죄를 범한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의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를 가중처벌합니다. 피해자가 다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고, 피해자를 숨지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숨진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입니다.
피해자를 사고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유기하고 도주했다면 제2항이 적용되어, 다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숨진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더 무거워집니다.
도주는 처벌의 특례도 없앱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은 업무상과실치상죄를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로 정하지만, 같은 항 단서에 따라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에는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도주’란 무엇인가 — 누가 사고를 냈는지 모르게 만드는 것
대법원은 도주를 사고 운전자가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알면서도 구호 등의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사고 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라고 설명합니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도2869 판결). 당시 판결들은 사고 후 조치에 관한 옛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을 들고 있는데, 지금은 제54조 제1항이 그 조치를 정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피해자가 다쳤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필요한 구호 등의 조치를 다했는지, 그리고 현장을 떠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는지입니다. 그래서 피해자를 돌보는 행동을 했더라도 신원을 숨긴 채 떠났다면 도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병원에 데려다줬는데도 도주치상이 된 경우
위 1999년 판결의 사건에서 운전자는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준 다음 피해자나 병원 측에 아무런 인적 사항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습니다. 경찰이 피해자가 적어 둔 차량번호로 신원을 확인해 연락하자 2시간쯤 뒤에 파출소에 나왔지만, 대법원은 도주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2008년 판결도 같은 결론입니다. 운전자는 피해자에게 전치 7주의 골절 등을 입힌 뒤 약 500미터 떨어진 병원 응급실에 데려다주었으나, 역시 인적 사항을 알리지 않고 떠났습니다. 간호사가 따라 나가 차량번호를 확인해 신고가 이루어졌고, 운전자는 사고로부터 3개월이 넘게 지나서야 합의하고 자수했습니다. 대법원은 병원에 데려간 것만으로는 구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신원을 밝히지 않아 사고를 낸 사람을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며 도주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1420 판결).
병원 이송은 중요한 구호 조치이지만, 그것만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구호가 필요 없었다면 도주치상은 아닙니다
반대로 현장을 먼저 떠났어도 도주치상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상해 부위와 정도, 운전자의 과실 정도, 운전자와 피해자의 나이와 성별, 사고 후의 정황 등을 종합해 구호 조치가 실제로 필요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면, 의무를 이행하기 전에 현장을 떠났더라도 도주치상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7도828 판결).
그 사건은 시내버스 운전자가 뒷문이 열린 상태로 출발해 내리던 승객이 넘어진 사고였습니다. 피해자에게 외관상 출혈, 멍, 부종 같은 외상이 없었고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도 후유증 없이 나았으며, 사고 후 피해자의 태도 등에 비추어 구호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운전자는 도주치상이 아니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으로만 처벌되었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상처가 가벼웠다는 사정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괜찮아 보였는데 나중에 진단이 나오는 경우도 많으므로, 구호가 필요 없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떠나는 것은 위험합니다.
도로가 아닌 곳에서 난 사고도 같습니다
도주치상은 도로교통법상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교회 주차장에서 운전 중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떠난 사건에서, 이 조항이 말하는 교통으로 인한 사고를 도로에서의 사고로 제한할 근거가 없다며 도주치상을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600 판결).
도주가 인정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도주치상으로 기소되었는데 재판에서 도주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그 안에 포함된 업무상과실치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업무상과실치상이 인정되면 그 죄로 유죄를 선고하고,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공소기각을 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공소 제기 전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 두었기 때문에, 대법원은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 판결을 했습니다(대법원 1994. 11. 11. 선고 94도2349 판결).
그래서 도주 여부는 형량의 크기뿐 아니라 피해자와의 합의가 사건을 끝낼 수 있는지까지 좌우합니다.
사고 뒤 연락을 받으셨다면
첫째, 사고 직후 무엇을 했는지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십시오. 정차했는지, 피해자와 말을 나눴는지, 병원에 데려갔는지, 연락처를 남겼는지가 도주 판단의 중심입니다.
둘째, 피해자가 다친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확인하십시오. 충격을 느끼지 못했거나 사람이 다친 줄 몰랐다는 사정은 블랙박스 영상, 사고 지점의 구조, 충격의 정도 같은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셋째, 피해자의 상처와 치료 경과를 확인하십시오. 구호가 실제로 필요했는지는 사고 당시 상태와 이후 치료 내용으로 판단됩니다.
넷째, 아직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연락하는 것이 좋습니다. 늦게라도 신원을 밝히고 피해 회복에 나선 사정은 이후 절차에서 함께 고려됩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이런 사건을 사고 인식, 구호 필요성, 신원 고지 여부로 나누어 블랙박스와 진료 기록을 함께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줬는데도 뺑소니가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준 뒤 피해자나 병원 측에 인적 사항을 알리지 않고 떠난 경우, 사고를 낸 사람을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며 도주로 보았습니다(대법원 1999. 12. 7. 선고 99도2869 판결,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도11420 판결). 병원 이송만으로 충분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Q도주치상의 처벌은 얼마나 되나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 제1항 제2호에 따라 피해자가 다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피해자를 다른 곳으로 옮겨 유기하고 도주했다면 제2항 제2호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Q피해자가 괜찮다고 해서 그냥 갔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피해자의 말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상해의 부위와 정도, 사고 경위, 사고 후 정황 등을 종합해 구호가 실제로 필요했는지를 판단합니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7도828 판결). 괜찮다는 말을 들었더라도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제공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주차장 안에서 난 사고도 도주치상이 되나요?›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교회 주차장에서 운전 중 사람을 다치게 하고 구호 없이 떠난 사건에서, 도로에서의 사고로 제한할 근거가 없다며 도주치상을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도3600 판결).
Q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나요?›
도주가 인정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합의는 형을 정할 때 고려되는 사정이 됩니다. 도주가 인정되지 않고 업무상과실치상만 남으며 같은 항 단서의 다른 예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적법한 처벌불원 의사표시에 따라 불기소 또는 공소기각이 될 수 있습니다. 합의서를 쓴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명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하며, 기소된 뒤 처벌을 원하는 의사를 철회하려면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3항·제1항에 따라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해야 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형사 법률 가이드
참고 법령 ·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3 (국가법령정보센터) · 도로교통법 제54조·제148조 (국가법령정보센터)